'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면서 자신만의 전문성을 찾기 위해 고민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산업 현장에서 범용 인재가 아닌 '대체 불가능한 인재'를 찾고 있어서다. 자신만의 전문성을 쌓으면서 인맥을 넓히고, 학위까지 받을 수 있는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올해 트렌드는 AI
챗GPT 등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AI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업무 능력은 물론 경영 성과까지 좌우하는 시대가 됐다. 해외 유명 대학들이 MBA 과정에 AI 교육을 추가하고 있는 배경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글로벌 평가에서 14년 연속 국내 1위 MBA 과정으로 선정된 성균관대는 올해 ‘AI & 비즈니스 이노베이션 랩(AIBIL)’을 출범한다. 데이터 분석 및 AI 활용 능력을 기업 경영에 접목할 수 있는 ‘실전형 리더’를 키우기 위해서다. 기업의 리더와 교수, 학생들이 모여 AI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미래 경영 전략을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KAIST는 국내 최고 과학기술 특성화 대학이라는 강점을 살려 빅데이터 및 AI 기술을 경영학에 접목시킨 과정을 특화해 운영하고 있다. ‘비즈니스 애널리틱스(Business Analytics)’를 커리큘럼에 반영해 데이터 기반의 의사 결정 능력을 갖춘 경영 전문가를 양성한다. 학생들이 경영 관리부터 AI 기반 분석 기술,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및 문제 해결 역량까지 갖추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디지털 금융 혁신을 위한 과정도 강화했다. 금융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알고리즘 트레이딩, 파생상품 운용, 퀀트 투자전략 등 고도화된 핀테크 기술을 실무에 접목할 수 있도록 했다.
세종대는 ‘빅데이터&AI MBA’와 ‘AI 금융 MBA’를 운영하고 있다. AI와 경영학을 융합한 과정으로, 빅데이터 AI MBA 과정 1기 동문들이 모여 패션 분야 AI 어시스턴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인드프린트’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하기도 했다.
건국대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T) MBA’ 과정을 운영한다. DT란 기업이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경영 프로세스, 조직 문화, 고객 경험과 비즈니스 모델 전반을 혁신하는 것을 말한다. AI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한 혁신 및 경쟁 우위 확보 전략, 데이터 기반 의사 결정, 디지털 마케팅 등에 대한 교육 과정을 제공하고, 현장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론을 다룬다.
◇해외 복수학위도 취득
국내 MBA 과정을 통해 해외 유학에 버금가는 효과를 누릴 수도 있다. 핀란드 알토대는 서울과학종합대학원대(aSSIST)와 손잡고 31년째 복수학위 MBA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에서 유럽 복수학위를 취득할 수 있는 유일한 MBA 과정이다. 알토대 소속 교수뿐만 아니라 유럽 명문 스페인 에사데(ESADE)와 홍콩과학기술대 등 글로벌 대학 교수들이 참여하는 협업 강의가 이뤄진다. 핀란드 본교에서 2주간 심화 학습하는 해외 집중 과정도 진행한다.
알토대 MBA의 또 다른 장점은 국내 최단기인 1년6개월(3학기) 동안 학위를 취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요일 저녁 수업과 토요일 수업으로 구성돼 직장인들이 일과 학업을 병행할 수 있도록 했다.
성균관대 MBA는 전 과정을 영어로 진행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임 교수진 대다수가 해외 유수 대학에서 연구 및 교육 경력을 쌓은 외국인 교수로 구성됐다. 미국 월스트리트 등 글로벌 현장에서 다양한 경험을 한 교수진까지 이론과 실무를 유기적으로 결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양대는 올해 럭셔리브랜드경영 트랙을 신설했다. 명품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국내 최초의 전문 MBA 과정이다. 프랑스 파리에 있는 전문 교육기관 ‘파리 럭셔리 스쿨 오브 비즈니스(Paris Luxury School of Business)’와 복수학위 제도를 운영한다.
각 학교의 강점에 맞춰 특색 있는 MBA 과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세종대 ‘프랜차이즈 MBA’는 국내 최초로 개설돼 올해 21년째를 맞은 프로그램이다. 호텔관광경영학과에 강점이 있는 학교답게 매년 50~60명의 프랜차이즈 전문가가 모여 끈끈한 네트워크를 자랑한다. 올해로 5년차를 맞은 건국대 ‘인사조직·노사 MBA’는 국내 최초 인적자원(HR) 분야 특화 MBA다. 현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HR 전문가로 커리어를 개발하고자 하는 직장인에게 인기가 높다.
비용 부담이 고민이라면 장학금 혜택이 많은 대학을 눈여겨보는 것도 좋다. 건국대는 재학생의 90% 이상, 세종대는 95% 이상이 크고 작은 장학금을 받고 있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