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북촌이 성수를 잇는 새로운 쇼핑 성지로 떠오르고 있다. 주요 패션·뷰티·리빙 브랜드가 앞다퉈 특화 매장을 열며 이 지역 전체가 또 하나의 쇼룸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성수동이 트렌드에 밝고 즉각적인 즐거움을 주는 ‘숏폼’(짧은 동영상) 콘텐츠에 최적화돼 있다면, 북촌은 비교적 느린 호흡으로 브랜드 철학을 전하는 ‘롱폼’(긴 동영상) 공간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경복궁·한옥마을 인접…한국적 매력
22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한옥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인 안국역 인근에 중국 장난감 브랜드 팝마트의 새로운 매장이 문을 연다. 이 인근에 올해 들어서만 MLB, 세터, 말본 등 국내외 패션 브랜드가 앞다퉈 플래그십스토어를 열었다. 뷰티·식음료(F&B)·리빙 브랜드 진입도 빨라지는 추세다. 헤어케어 브랜드 아로마티카가 아로마테라피를 테마로 한 특화 매장을 냈고, KFC도 다음달 팝업스토어를 연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이 체험형 쇼룸을 선보인 곳도 북촌이다.
5년 전 북촌의 진가를 알아본 브랜드도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대표 화장품 브랜드 설화수다. 설화수는 2021년부터 북촌에서 ‘설화수의 집’을 운영해 왔다. ‘K향수’로 유명한 논픽션도 2022년 일찌감치 북촌에 터를 잡았다. 2014년부터 아라리오갤러리로 운영되던 공간에 마치 갤러리 같은 특화 매장을 냈다. 이후 2024년 아디다스를 시작으로 뉴발란스, 베리시 등 주요 브랜드의 플래그십스토어가 줄지어 북촌에 들어섰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북촌 지역 공실률은 1.9%로 1년 전(4.4%)보다 낮아졌다.
◇성수에 피로감 느낀 소비자 몰려
서울 명동·홍대·강남에서 성수·한남·도산 등으로 옮겨간 소비 흐름이 북촌으로 서서히 확장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복궁, 한옥마을 등 전통 관광지와 인접한 북촌은 서울의 정체성이 집약된 곳으로 목적형 소비보다 체류형 소비가 일어나는 곳으로 평가된다. ‘인증샷’ 찍기에 바쁜 성수에서 피로감을 느낀 소비자가 몰려들고 있다. 브랜드들은 이런 수요를 겨냥해 매장 안팎에 고객이 쉴 수 있는 공간과 커스텀 존 등을 두고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아디다스, MLB 매장에선 신발과 옷을 비즈, 레이스, 패치 등으로 꾸밀 수 있다. 뉴발란스의 ‘북촌 런 허브’는 브랜드 생태계를 커뮤니티로 확장한 사례다. 러닝화와 러닝복을 빌려주고 인근 러닝 코스까지 안내해준다.
북촌이 새로운 쇼핑 성지로 떠오른 것은 최근 외국인 관광객 증가와도 맞물린다. 올해 1분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476만 명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의 글로벌 영향력이 확산하는 가운데 단순 관광을 넘어 뷰티, 패션 등 한국 라이프스타일 전반을 경험하려는 수요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삼청동, 서촌과 이어진 북촌 상권은 잠재력이 큰 것으로 평가된다. 남신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코리아 이사는 “아디다스와 탬버린즈 북촌 매장은 성수의 부흥을 이끈 디올과 같다”며 “성수에서 ‘타이밍을 놓치면 진입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교훈을 얻은 기업들의 움직임이 빨라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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