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만큼 전투기 조종사가 되는 과정은 엄격하다. 20개월 동안 3단계의 비행 교육을 마치고도 1년을 더 훈련을 받아야 작전에 투입될 수 있다. 조종사는 비행 전날부터 이륙 직전까지 다른 조종사들과 함께 임무 계획과 예상 위험을 확인하는 ‘브리핑’을 수차례 거치며 비행 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한다. 이 모든 건 작은 실수 때문에 대형 사고가 일어나는 걸 막기 위함이다. 그런데 F-15K 조종사가 작전 중 개인 소장용 기념사진을 남기겠다며 전투기를 함부로 기동하다 다른 전투기와 접촉한 사고가 뒤늦게 알려졌다.
▷2021년 12월 당시 공군 A 소령은 대구 11전투비행단에서 F-15K 2대가 편대를 이룬 임무 중이었다. 인사이동 전 마지막 비행이었다. 그는 비행 중 휴대전화로 기념사진을 찍기 시작했고, 이를 본 다른 전투기의 편대장이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했다. 그러자 A 소령은 갑자기 기체를 상승시킨 뒤 조종석이 아래를 향하게 뒤집으며 편대장 전투기 위로 접근했다. 두 전투기가 너무 가까워지자 편대장 전투기는 하강했고 A 소령은 왼쪽으로 피했지만, 편대장기의 주날개와 A 소령 전투기의 꼬리날개가 부딪쳤다.
▷두 전투기가 무사히 착륙한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하지만 민가에라도 추락했다면 인생샷 한번 찍으려다 자신은 물론이고 민간인들까지 영문도 모른 채 목숨을 잃게 하는 참사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공군은 사고를 쉬쉬하면서 A 소령에게 수리비 8억여 원을 변상하라고 했고 A 소령은 감사원에 재검토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비행 중 촬영 관행을 통제하지 않은 군에도 책임이 있다며 변상액을 10분의 1로 줄여줬다. 이런 내용이 담긴 감사 보고서를 22일 공개한 뒤에야 4년 4개월 만에 전말이 드러났다.▷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위험천만한 일을 벌인 것 자체가 아찔한 일인데, 안전에 신경 쓰기도 빠듯할 비행 도중 개인 사진을 찍는 것이 이전부터 반복된 관행이라니 어이가 없다. 여전히 공군은 사건 이후에도 그런 관행이 이어졌는지, 재발 방지 대책이 있었는지조차 밝히지 않고 있다. 지난해엔 KF-16 전투기 조종사가 사격 좌표를 3차례 확인해야 하는 수칙을 지키지 않아 민가에 오폭하는 사고가 났다. 기강 해이를 다잡지 않으면 언제 돌이킬 수 없는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
윤완준 논설위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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