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장관의 ‘구성 핵시설’ 발언으로 한·미 간 파열음이 나오는 가운데 쿠팡 사태마저 악화일로로 치달을 조짐이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후 기업·정부 간 초유의 대치가 이어지는 와중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김범석 쿠팡Inc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다음주에 결과가 발표될 예정인데 ‘동일인 김범석’으로 결정날 경우 미국 측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이미 미국 집권 공화당 의원 54명은 “쿠팡 박해를 즉각 중단하라”는 항의 서한을 주미대사 앞으로 보냈다. “용납할 수 없다”는 이례적으로 강한 표현까지 담았다. ‘동일인 지정’ 조치가 더해지면 “차별적 조치”라는 미국 내 불만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수도 있다.
동일인 제도는 총수의 사익 추구나 불공정 거래를 막겠다는 이유로 기업 지배 주체를 정부가 지정하는 규제 장치다. 동일인으로 지정되면 4촌 이내 친척, 3촌 이내 인척에 대한 광범위한 공시·자료 제출 등 여러 의무가 부과된다. 위반 시 형사처벌까지 가능하다. 정부는 급성장한 쿠팡을 2021년 ‘공시대상 기업집단’으로 분류한 뒤 동일인으로는 ‘쿠팡 법인’을 지정해왔다. 김 의장이 본인 및 친족의 ‘계열사 출자·경영·자금관계 단절’ 등 법인 동일인 지정에 필요한 요건을 모두 충족했기 때문이다.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도 자연인(김범석) 지정 때와 계열사 범위가 동일한 점도 고려됐다.
이런 상황에 변경이 없다면 한·미 간 시한폭탄이 될 개연성이 높은 ‘동일인 김범석’ 이슈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안보 논의와 별개 사안’이라며 미국을 설득 중이지만 쿠팡은 이미 한·미동맹을 위협하는 뇌관이다. “쿠팡 문제가 한·미 간 안보협의에 영향을 주고 있다”는 위성락 안보실장 토로에서도 위기 상황이 잘 드러난다. 미국은 쿠팡 문제를 핵추진 잠수함, 우라늄 농축재처리 같은 핵심 안보협상과도 연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더구나 동일인 제도는 폐기 목소리가 높은 갈라파고스 규제다. 동일인 지정 없이 지배·종속 관계를 따져 기업집단의 범위를 획정해도 소기의 정책 목적 달성에 문제가 없다. 낡은 칼을 전가의 보도처럼 쓰며 동맹을 자극할 필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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