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이 성가신 사제를 없애주지 않겠는가.”
1170년 잉글랜드 왕 헨리 2세가 그의 충직한 기사 4명에게 토머스 베킷 캔터베리 대주교의 제거를 지시할 때 한 말이다. 베킷 대주교는 교회 개혁 관련 쟁점을 놓고 헨리 2세와 갈등을 빚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비슷한 심정일지도 모른다. 역사상 최초의 미국 태생 교황 레오 14세가 미국 대통령의 반대편에 서 있어서다.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이 만난 가장 강력한 적수일 것이다. 외교적 수완에 시카고 출신 특유의 노련한 정치 감각까지 겸비한 레오 14세는 뉴욕 퀸스 출신 트럼프와의 최근 언쟁에서 확실한 승리를 거뒀다.
중남미에서 주요 경력 쌓은 교황
본명이 로버트 프랜시스 프레보스트인 레오 교황은 분명 미국인이다. 출생지인 시카고와 화이트삭스(시카고 연고 메이저리그 프로야구팀)의 열렬한 팬인 점을 볼 때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그는 종교 지도자로서 경험을 대부분 페루에서 쌓았다. 그런 점에서 ‘라틴아메리카 출신 두 번째 교황’으로도 볼 수 있다. 그는 아르헨티나 출신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라틴아메리카 가톨릭 역사에 뿌리를 둔 시각으로 교회의 도전과 기회를 바라본다.
라틴아메리카 가톨릭 관점에서 트럼프는 ‘세상의 모든 악을 구현하는 인물’이다. 예수 그리스도와 거의 정반대되는 존재인 것이다. 프란치스코 교황과 레오 교황이 속한 라틴아메리카 가톨릭 분파는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가난한 사람들의 교회’를 강조한다. 지금도 많은 라틴아메리카 가톨릭 신자는 연대, 포용, 반식민주의, 반자본주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마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세계관은 라틴아메리카 가톨릭과 결이 다르다. 전 세계에서 워싱턴의 패권을 회복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은 대부분 남미 가톨릭 신자의 반감을 사고 있다.
다른 이유도 있다. 교황이 비판적 자세를 취한 북미·유럽 보수 가톨릭은 엘리트 계층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교황은 교회와 엘리트 권력자, 유력 가문과의 끈끈한 관계를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 지지자들을 포함해 우파 성향 젊은이들을 사로잡은 가톨릭도 근원을 따져보면 교황이 비판적으로 보는 북미·유럽 세력과 연관이 있다.
트럼프 지지자와도 성향 상반돼
여기에 더해 트럼프 행정부의 열렬한 개신교 지지자들은 라틴아메리카 종교계에서 가톨릭의 독점적 지위를 무너뜨린 오순절(성령의 충만함, 방언 등 은사주의적 성령 체험을 중시하는 개신교), 복음주의(믿음으로 구원을 얻는 것을 강조하는 개신교) 운동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트럼프를 축복하고 지지하는 미국 대형 개신교 교회 목사들은 현재 남미에서 가톨릭의 영향력에 도전하는 개신교 설교자들의 복사판이라고 볼 수 있다.
교황은 현재 비교적 온건한 방식으로 사회적 메시지를 던진다. 하지만 앞으로 상황은 바뀔 수도 있다. 라틴아메리카 가톨릭보다 좀 더 공격적인 아프리카 가톨릭 인구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톨릭교회에 아프리카의 영향력이 강해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불리할 것이다. 그린란드의 추위처럼 냉랭한 바티칸과 백악관의 관계는 앞으로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원제 Behind the Feud Behind Trump and Leo XIV

3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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