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소상공인 단결권 '투트랙 세이프 하버'로 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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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소상공인 단결권 '투트랙 세이프 하버'로 풀자

이재명 대통령이 소상공인의 단결권 보장을 언급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소규모 사업자의 대기업 상대 집단 교섭에 대해 담합 규정 적용 면제를 검토하고 있다. 다만 면책의 범위를 어디에 그을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 무조건적 허용은 소비자 후생을 해칠 수 있고, 선언에만 그치는 입법은 소상공인의 기대를 저버리게 한다.

먼저 소상공인이 처한 구조적 현실을 살펴보자. 현행법상 소상공인은 사업자이므로, 이들이 집단적으로 거래 조건을 협의하거나 공동으로 영업을 중단하면 공정거래법상 부당한 공동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다. 가맹점주 협의회가 본사를 상대로 교섭을 요구해도, 본사가 응하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수단이 마땅치 않다.

필자의 연구팀이 수도권 음식점 1만여 곳의 실거래 데이터를 수년간 추적 분석한 결과, 배달 플랫폼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매출은 증가하지만 수익성은 오히려 하락하는 구조적 트레이드 오프가 확인됐다. 플랫폼을 통해 고객 접점은 넓어지지만, 수수료와 노출 경쟁 비용이 이익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하나의 플랫폼에 거래가 집중될수록 수익성 악화가 심해졌다. 소상공인 개인이 이 구조에 홀로 대응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단결권 논의가 불가피하게 떠오른 배경이다.

그렇다고 무한정 면책을 허용할 수는 없다. 소상공인끼리 소비자 가격을 공동으로 올리는 행위와, 플랫폼을 상대로 수수료나 정산 조건을 단체로 협상하는 행위는 본질이 다르다. 전자는 명백한 담합이고, 후자는 비대칭적 교섭력을 보완하는 정당한 대항력이다. 이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공정거래법의 기본 원리가 흔들릴 수 있다.

필자가 제안하는 해법은 ‘투트랙 세이프 하버’다. 첫 번째 트랙에서는 플랫폼이나 대기업을 상대로 한 거래조건 협상, 이를테면 수수료율, 정산 주기, 노출 알고리즘 기준 등에 대한 단체 교섭에 공정거래법 적용을 면제한다. 두 번째 트랙에서는 최종 소비자를 향한 가격 공동행위를 현행법으로 엄격히 규율한다. 해외 선례도 있다. 미국 캐퍼-볼스테드법은 농업협동조합에 독점금지법 면책을 부여하면서도 소비자 가격 담합은 금지했다. 약자의 교섭력 보완과 소비자 보호가 양립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 가지 더 짚어야 할 점이 있다. 단결권만 부여하고 교섭 응낙 의무를 함께 부과하지 않으면 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진다. 연구에 따르면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본사 시스템의 조직적 지원 덕분에 플랫폼 의존의 부정적 효과가 상당 부분 완충된 반면, 독립 소상공인에게는 이런 장치가 부재했다. 독립 소상공인도 일정 요건을 갖춘 단체의 교섭 요청에 대해 플랫폼이 성실하게 응하도록 하는 법적 의무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이는 플랫폼 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합리적 교섭력을 갖춘 공급자의 존재는 단기적으로 부담이 되겠지만, 수수료 인상에 기대는 게 아니라 물류 최적화, 데이터 기반 신사업 등 혁신을 촉진하는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플랫폼과 소상공인이 함께 파이를 키우는 생태계야말로 지속가능한 플랫폼 경제의 조건이다. 이제 소모적 대립을 넘어 건설적인 제도 설계로 나아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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