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명 구조 나선 소방관에 “현관문 수리비 800만원 물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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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1일 오전 2시 52분경 광주 북구 신안동의 한 빌라 2층 세대에서 불이 난 모습. 광주 북부소방서 제공

1월 11일 오전 2시 52분경 광주 북구 신안동의 한 빌라 2층 세대에서 불이 난 모습. 광주 북부소방서 제공
불이 난 빌라에서 인명 수색을 위해 현관문을 강제로 연 소방당국이 피해 배상을 할 처지에 놓였다. 화재가 발생한 세대의 집주인이 사망한데다 거주민들도 화재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고 소방당국의 예산도 한정적이라 배상금 마련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23일 광주 북부소방서에 따르면 지난달 11일 오전 2시 52분경 광주 북구 신안동의 4층짜리 빌라 2층 세대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현장에 출동한 소방관들은 진화 작업을 벌이는 동시에 인명 구조에 나섰다. 당시 건물 내부가 검은 연기로 꽉 차 소방관들은 각 세대 문을 두드리며 대피를 호소했다. 소방 당국은 입주민 5명을 밖으로 대피시켰지만 새벽 시간대 깊게 잠이 들었거나 연기를 들이마신 다른 거주민이 있을 수도 있다고 판단해 추가 인명 수색에 나섰다.

소방 당국은 문을 두드려도 반응이 없는 세대 6곳의 현관문을 강제로 개방했다. 추가로 발견된 주민은 없었으나 이 과정에서 현관문과 잠금장치(도어락) 등이 파손돼 800여만 원의 배상 비용이 발생했다. 통상 화재 진압 과정에서 재산상 손실이 발생하면 불이 난 세대 집주인이 화재보험을 통해 배상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당사자가 숨지면서 배상이 불가능한 상황이 됐다. 다른 세대주들도 화재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아 배상 비용을 북부소방서 측에 요청했다.

배상 책임을 지게 된 소방서는 손해배상을 위해 기존 가입한 행정배상 책임보험 회사에 보험처리가 가능한지 물었으나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해당 보험은 화재나 구조 과정에서 소방관의 ‘실수’로 손실이 발생했을 때만 보험처리가 가능해 적법한 인명 수색 과정에서 발생한 피해는 보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해 광주소방본부에 관련 예산으로 1000만 원이 편성돼 있으나 예산의 80%에 달하는 금액을 한꺼번에 쓰기 어려운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소영 기자 sykim4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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