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인도네시아를 찾아 현지 배터리, 가전 사업을 점검하고 성장성이 큰 동남아 지역에서 사업 강화를 주문했다. 구 회장의 동남아 지역 방문은 지난 2월 인도에 이어 4개월여 만이다. 구 회장은 현지 임직원들에게 “5년 뒤에는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해야 살아남을 수 있을지 전략 마련에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9일 LG에 따르면 구 회장은 이달 초 인도네시아 카라왕 신산업단지에 있는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그룹의 합작 법인인 HLI그린파워를 찾아 전극공정과 조립공정 등 전기차 배터리셀 생산 라인을 살펴봤다.
HLI그린파워는 지난해 4월부터 배터리셀 양산을 시작했다. 총 32만㎡ 부지에 전극공정, 조립공정, 활성화공정 등을 갖춘 이 공장에선 연간 10기가와트시(GWh) 규모의 배터리셀을 생산할 수 있다. 전기차 배터리 15만대분에 이른다. 양산 4개월 만에 수율이 96%를 넘는 성과를 거뒀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구 회장의 이번 방문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고, 중국 기업과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 속에서도 흔들림없이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구 회장은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도 "배터리 산업을 미래 국가 핵심 산업이자 그룹의 주력 사업으로 반드시 성장시킬 것"이라며 배터리 사업 육성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핵심 광물인 니켈 매장량과 채굴량이 세계 1위 국가로, 동남아 지역 전기차의 전략적 거점으로 꼽힌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4월 LG에너지솔루션의 전기차 등에 탑재된 배터리 총 사용량은 전년 동기 대비 15.6% 성장한 28.9GWh를 기록해 중국 CATL에 이어 2위를 유지했으나, 점유율은 23.9%에서 21.8%로 하락했다. 구 회장이 현지 방문에서 임직원들에게 “경쟁사와 비교해 LG만의 차별화된 배터리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도록 집중해 달라”고 당부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HLI그린파워에서 생산된 배터리셀에 ‘미래 모빌리티의 심장이 되길 기원합니다’라는 메시지도 남겼다.
구 회장은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 서부에 있는 찌비뚱의 LG전자 생산· 연구개발(R&D)법인을 둘러본 뒤 판매법인에선 동남아 가전 사업 현황을 점검했다. 찌비뚱 생산법인은 TV·모니터·사이니지를 생산한다. 2023년엔 찌비뚱 공장 인근에 R&D법인을 신설해 R&D-생산-판매로 이어지는 현지 완결형 체제를 구축했다.
구 회장은 이 자리에서 “현재 격화한 경쟁 상황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5년 뒤에는 어떤 선택과 집중을 해야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지 전략 마련에 힘써 달라”고 강조했다. 이는 경쟁이 치열한 북미, 유럽 시장보다 성장성이 큰 미래 잠재 시장에서 기회를 찾아야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최근 미래 먹거리를 찾을 성장 지역으로 인도, 인도네시아 등 글로벌 사우스를 낙점한 바 있다. 인도네시아는 2억8000만명의 인구 4위 대국으로, 동남아 지역 중에서도 성장성이 큰 지역으로 꼽힌다.
김채연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