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尹방어권 보장’ 안건 상정 시도, 직원들이 저지

18 hours ago 3

‘불구속 수사-영장 남발 반대’ 담겨
인권위 과장들 “내란공범 내몰려
간부로서 자괴감, 부끄럽고 죄송”

13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전원위원회가 ‘탄핵심판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방어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취지의 안건을 심의하기로 했지만 내부 직원들과 시민단체의 강한 반대에 부딪혀 파행했다. 시민단체들과 인권위 직원들은 회의장을 막아서고 안건을 주도한 김용원 상임위원 등의 사퇴를 주장했다.

이날 오후 인권위는 1차 전원위원회를 열고 김 위원 등 인권위원 5명이 제출한 ‘(긴급)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상정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인권위 직원과 인권위 바로잡기공동행동 등 시민단체 활동가 수십 명이 서울 중구 인권위 건물 회의실 앞을 막아서고 규탄 시위를 벌인 탓에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등은 회의장에 진입하지 못한 채 발길을 돌려야 했다. 안건 발의자인 김 위원은 “내가 탄핵하지 말자고 했느냐. 피의자도 인권이 있다”라며 약 1시간 동안 활동가 등과 언쟁을 벌이다 회의실을 떠났다.

이날 상정 예정이었던 안건은 헌법재판소 등 사법부와 수사기관에 윤 대통령의 방어권을 철저히 보장하고, 체포·구속을 엄격히 심사할 것, 불구속 수사할 것, 구속영장 청구를 남발하지 말 것 등을 권고하는 내용을 담았다. 안건 상정 배경으로 ‘계엄 선포는 대통령에게 부여된 고유 권한’이라는 내용이 담기기도 했다.

안건 내용이 알려진 뒤 인권위 내부 과장급 직원들은 안건 상정에 반대하는 성명문을 발표했다. 13일 ‘인권위 간부님들께 드리는 긴급 호소문’이라는 성명문에서 “인권위 간부로서 자괴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라며 “일부 인권위원들이 인권위를 반인권적 국가기관으로 타락시키는 것을 넘어 위원회 구성원 모두를 ‘내란 공범’으로 내모는 사태를 좌시할 것이냐”고 밝혔다. 이어 “국민들 앞에 부끄럽고 위원회 직원들에게 죄송스러울 따름이다”라고 덧붙였다.

헌법학을 연구하는 교수 등 연구자 80여 명으로 구성된 ‘헌정회복을 위한 헌법학자회의’도 이날 해당 안건이 인권위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것을 비판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발표했다. 의견서에는 “안건의 권고 내용이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내란죄 피의자들에게 유리한 입장만을 일방적으로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비상계엄 사태의 위헌·위법성을 사실상 부인하고 내란죄의 성립을 부정하는 주장을 단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며 안건 상정을 반대했다. 박성준,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야당 의원들이 인권위를 항의 방문하기도 했다. 인권위 관계자는 “다음 전원위원회에서 재의결을 시도할 수 있지만 상정 계획에 대해서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전했다.

임재혁 기자 he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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