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자연은 한 몸…그 위에서 생명이 싹 틔웠네

6 days ago 3

문화

인간과 자연은 한 몸…그 위에서 생명이 싹 틔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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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생태주의 미술가 파브리스 이베르의 개인전 '삶은 계속된다'가 대구 우손갤러리 서울점과 대구 본점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자연의 생명력과 생태계의 가치를 담은 53점의 회화, 조각, 설치 작품을 선보이며, 특히 서울 전시에서는 인간과 자연을 하나로 관통하는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다. 이베르는 "모두가 생태계에 관심을 갖고 마음에 두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베르는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 프랑스관 참여 작가로 당시 최연소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미국, 일본, 한국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최근 국제적으로 지속 가능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으며, 내년에는 중국 상하이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다.

우손갤러리 서울점은 약 50년 전 지어진 붉은 벽돌 주택을 개조해 지어졌으며, 1·2층에는 전시장, 3층에는 VIP 공간이 있다. 성북동은 서울의 새로운 아트 스팟으로 주목받는 지역으로 다양한 미술관과 갤러리가 위치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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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손갤러리 서울점 개관展
파브리스 이베르 개인전
서울·대구 53점 병렬 전시

프랑스의 생태주의 미술가 파브리스 이베르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성북구 우손갤러리 서울점 전시장 전경. 왼쪽에 걸린 세폭화는 ‘계곡과 숲의 목소리(Le voix de la vallee et de la foret)’(2024)다. 송경은 기자

프랑스의 생태주의 미술가 파브리스 이베르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성북구 우손갤러리 서울점 전시장 전경. 왼쪽에 걸린 세폭화는 ‘계곡과 숲의 목소리(Le voix de la vallee et de la foret)’(2024)다. 송경은 기자

나무가 우거진 숲속에 계곡물이 흐르고 있다. 하지만 평범한 풍경화는 아니다. 땅 속에 있는 나무 뿌리와 암반, 지하수, 두더지까지 훤히 보이기 때문이다. 또 수변의 나무들은 가만히 서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이면서 잔잔한 물결을 만들고 있다. 한편엔 물의 순환 과정을 도식화한 스케치도 보인다. 프랑스의 생태주의 미술가 파브리스 이베르의 대형 세폭화 ‘계곡과 숲의 목소리(Le voix de la vallee et de la foret)’(2024)다. 자연의 생명력과 생태계의 소중한 가치를 표현한 신작으로, 작가는 한국 개인전을 기념해 그림 한편에 한글로 ‘풍경을 쓰다’라고 적었다. 그야말로 생태학자의 연구노트처럼 ‘쓴’ 그림이다.

대구 우손갤러리가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서울점 개관을 기념해 서울과 대구에서 파브리스 이베르의 개인전 ‘삶은 계속된다’를 동시에 개최한다. 서울점에서는 ‘에너지’를 키워드로 한 22점, 대구 본점에서는 ‘상상’을 키워드로 한 30점 등 총 53점의 회화와 조각, 설치 작품을 펼친다. 두 전시는 내년 2월 8일까지 이어진다. 전시 기획을 맡은 미술평론가이자 큐레이터인 올리비에 캐플랭 전 매그재단 디렉터는 “이베르는 세상을 다른 시선으로 보는 작가”라며 “그의 작품 속에서 인간과 자연은 한 몸이고 끊임없이 상호작용하며 변화를 거듭해간다”고 소개했다.

이베르는 어린 시절 고향인 프랑스 방데 지역에서 수많은 숲들이 정치·사회적 이유로 훼손되고 단 하나의 숲만 남게 된 것에 충격을 받았다. 사라진 아름다운 풍경을 되살리고자 목양업자였던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직접 30만평의 숲을 조성하면서 생태계가 가진 생명력을 몸소 경험했다. 이를 계기로 그는 생명체의 유기적인 상호작용에 천착하는 생태주의 작가가 됐다. 이베르는 “캔버스에 생각을 그리는 과정은 땅에 씨앗을 뿌린 뒤 나무가 성장해 숲을 이루는 것과 같다”며 “내 작품은 생명체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이야기한다. 모두가 생태계에 관심을 갖고 마음에 두길 바란다”고 밝혔다.

파브리스 이베르 ‘모든 생애(Toutes les vies)’(2024). 우손갤러리

파브리스 이베르 ‘모든 생애(Toutes les vies)’(2024). 우손갤러리

우손갤러리 서울점에 프랑스의 생태주의 미술가 파브리스 이베르의 회화·설치 작품이 전시돼 있는 모습. 토양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의 근원임을 상기시킨다. 송경은 기자

우손갤러리 서울점에 프랑스의 생태주의 미술가 파브리스 이베르의 회화·설치 작품이 전시돼 있는 모습. 토양이 인간을 비롯한 모든 생명의 근원임을 상기시킨다. 송경은 기자

특히 서울 전시에서 이베르는 인간과 자연을 하나로 관통하는 에너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는 “생의 순간과 생의 촉매를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작품 속 텍스트와 메모는 관객과의 소통을 위한 일종의 힌트다. 작품에서 눈에 띄는 것은 땅이다. 땅 밑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훤히 들여다보듯 펼쳐 놓고, 인간과 토양을 동일시하기도 한다. 대표적인 것이 회화 ‘모든 생애(Toutes les vies)’(2024)다. 인체가 땅의 일부로 표현됐고 나무처럼 손과 발 끝에서 뿌리를 내린 그 몸에서 식물들이 싹을 틔운다. 인간이 생태계의 일부라는 점을 상기시키는 이 장면은 ‘인간은 흙에서 나와 흙으로 돌아간다’는 성경 구절을 떠올리게 한다. 1층 전시장에서는 그림 속 흙으로 된 인간과 그 위에서 자라는 식물들을 설치 작품으로 만날 수 있다.

이베르는 1997년 베니스 비엔날레 프랑스관 참여 작가로 당시 최연소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미국, 일본, 한국 등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 왔다. 이런 가운데 최근 국제적으로 지속가능성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내년에는 중국·프랑스 수교 60주년을 맞아 중국 상하이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이베르는 “이번 전시를 준비하면서 한국에서 여러 가지 영감을 얻었다. 서울의 파랑 지붕 집을 모티브로 작업한 작품들도 있다”며 “서울은 자연과 도시가 동시에 존재하는 도시라고 느꼈다. 자연과 현대적인 도시의 모습을 아우르는 서울의 모습이 미래 도시를 생각하게끔 한다”고 전했다.

한편 우손갤러리 서울점은 약 50년 전 지어진 붉은 벽돌 주택을 개조해 지어졌다. 1·2층에는 전시장이 있고 3층에는 VIP 공간을 두고 있다. 김은아 우손갤러리 대표는 “성북동은 서울의 새로운 아트 스팟으로 주목받는 지역”이라며 “간송미술관, 캔파운데이션의 오래된 집, BB&M, 옵스큐라, 제이슨 함 갤러리 등이 위치해 있고 2026년에는 라인문화재단의 미술관도 개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서울점의 공간 설계는 건축가 김세진(지요건축사사무소)이 맡았고, 실내 디자인은 정지욱 디자이너(그루스튜디오)가 진행했다.

파브리스 이베르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성북구 우손갤러리 서울점 전시장 전경. 송경은 기자

파브리스 이베르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성북구 우손갤러리 서울점 전시장 전경. 송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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