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여당 의원들이 22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를 만난 자리에서 이 총재가 “정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이 총재가 공개적으로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필요성을 언급하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를 엄호하는 발언을 내놓자 국민의힘 내에서는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반발이 나온 바 있다.
권 원내대표와 송언석 국회 기획재정위원장, 박수영 기재위 여당 간사 등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을 방문해 이 총재와 면담했다. 여당 원내대표가 국정감사 등 공식일정을 제외하고 직접 한은을 방문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최은석 원내대표 비서실장, 박수민·서지영 원내대변인 등도 동행했다.
이날 비공개 면담에서 최근 이 총재의 발언을 두고 한 의원이 “정치하려고 발언한 것 아니냐”고 묻자 이 총재는 “저는 정치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이날 권 원내대표는 비공개 면담 전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신 부분에 대해서도 속사정이 뭐고, 발언의 배경이 뭔지 진솔한 대화를 나누고 싶어서 방문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도 방문 전 입장문을 내 “중립성과 독립성을 상실하고 월권적 재정 확대를 계속 요구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이 총재는 16일 기자간담회에서 “외부 요인으로 둔화한 성장률을 보완하는 정도의 추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15조~20조 원 규모의 추경 필요성을 언급했다. 2일 신년사에서는 “최 권한대행에 대해 여러 가지 비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그 비판을 하는 분들은 최 권한대행이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답도 같이 하시는 것이 좋겠다”고 밝혀 여당에선 정치적인 발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이날 비공개 면담에서 이 총재는 추경 필요성은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에서 대외신인도 제고와 경제성장률 방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참석자는 “이 총재가 국제적인 신용평가 기관들이 2월에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수정하는데 추경 합의가 2월에 이뤄지면 실제 편성이 2분기(4~6월)에 되더라도 성장률 하락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도 본인이 ‘너무 나갔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성장률을 생각해서 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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