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 외교대변혁 (上)
외교안보 원로들, 트럼프 2.0 미·북 대화 전망
“北핵보유국 발언 과도하게 해석할 필요 없어”
“궁극적 비핵화 목표 위해 적극적 美 설득을”
“미국이 北핵보유 인정땐 핵 도미노 현상 불가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 돌아오자마자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시사하면서 한반도 안보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며 평양을 향해 러브콜을 보냈고, 한국에서는 성급한 미·북 협상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깨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쏟아졌다. 자체 핵무장론까지 재등장했다.
외교안보 분야 원로들은 22일 매일경제와의 지상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를 재개하면 궁극적인 비핵화 목표를 포기하지 않도록 다양한 논리로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미·북 대화가 군축협상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지나치게 우려하거나 트럼프 대통령의 ‘레토릭’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진단했다.
유명환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핵보유국’ 발언에 대해 “자신이 김정은을 잘 아니까 (미·북 대화에) 관심을 갖고 상황을 보겠다는 의미로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대화가 단절된 가운데 미·북 대화가 재개된다면 긴장 완화에 도움이 되므로 반대할 필요는 없다”면서 “미국이 중요한 동맹국인 한국의 어깨너머로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조현 전 외교부 1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대화 재개 가능성에 너무 예민하게 반응해서는 안 된다”며 신중론을 펼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대화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김 위원장의 체면을 세워줬을 개연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조 전 차관은 “미·북 대화는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시키고 평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가 아닌 군축을 뜻하는 ‘스몰딜’로 기조를 바꿀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서는 “미·북이 예전처럼 한꺼번에 협상을 타결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다소 불안하겠지만 미·북이 협상을 시작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은 미·북이 핵문제와 관련해 불충분한 거래를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계했다. 그는 “미국이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한다면 1990년대 이후 30년 이상 지속해온 한미동맹의 노력이 무너지는 것”이라며 “정부는 미국이 북한 핵 보유를 인정하는 순간 핵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섣불리 북핵을 인정하면 미국 스스로 비확산 체제를 허무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을 한국 정부가 지렛대로 삼으라는 조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