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러는 역시! 귀뚜라미.’
인터넷 포털에서 보일러 업체 귀뚜라미를 검색하면 뜨는 홍보 문구다. 그러나 회사 홈페이지에는 에어컨 광고가 먼저 노출된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냉방 부문 매출이 난방을 넘어선 지 오래”라며 “여전히 소비자에겐 보일러 기업으로 익숙하지만 귀뚜라미는 이제 냉난방공조(HVAC) 기업”이라고 말했다.
겨울철 난방 수요를 기반으로 성장해온 국내 보일러 업계가 냉방, 나아가 HVAC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 중이다. 국내 보일러 시장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르러 성장이 정체된 데다 소비자가 에너지 효율을 위해 냉·난방, 환기 등 실내 공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찾고 있어서다. 보일러 업체들은 가정용 HVAC 제품뿐 아니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냉방 시설로 영역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 냉방 매출 비중이 난방 넘어서
국내 보일러 업계 점유율 1위인 경동나비엔은 일찌감치 HVAC 중심으로 체질 개선에 나섰다. 이 회사의 매출은 2021년 1조772억원에서 지난해 1조5022억원으로 39% 증가했다. 건설경기 부진에도 전년 대비 10% 넘게 증가한 것은 수출 덕분이다. 같은 기간 수출은 7075억원에서 1조438억원으로 47% 증가했다.
경동나비엔의 수출 주력 제품은 보일러가 아니다. 환기 청정기와 콘덴싱 온수 시스템이다. 북미 시장에서 인기를 끈 ‘콘덴싱 하이드로 퍼네스’가 대표적 예다. 올해는 콘덴싱 기술을 적용한 에어컨을 새로 출시하고 북미 냉방 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다. 콘덴싱 에어컨은 물이 증발할 때 주변 열을 흡수하는 원리를 활용한 제품으로, 증발식 응축기에 물을 분사해 공기만으로 냉매를 응축하는 기존 방식보다 에너지 효율이 좋다.
귀뚜라미그룹도 냉방 매출 비중이 높아졌다. 난방 부문 매출은 2017년 3770억원에서 지난해 4580억원으로 8년간 21%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같은 기간 냉방 부문 매출은 4940억원에서 7080억원으로 43% 증가했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난방은 32%에서 28%로 줄었지만 냉방은 42%에서 44%로 높아졌다. 귀뚜라미는 국내외 반도체·배터리 제조 시설에 HVAC 제품을 납품하고 있다. 냉각이 중요한 원자력발전소의 냉각장치, 실내 환기가 필요한 잠수함 건조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 “HVAC 시장규모, 10년 내 두배”
보일러 업체의 HVAC 진출 배경으로는 내수시장의 한계를 꼽을 수 있다. 2000년대 들어서며 1가구 1주택이 보편화해 신규 보일러 수요가 둔화했다. 최근엔 건설 경기까지 위축돼 국내에서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소비자의 수요 변화도 사업 재편을 촉진했다. 과거에는 보일러와 에어컨, 환기시스템을 각각 따로 설치했지만, 에너지 효율이 중요해진 지금은 통합 공조 솔루션을 선호하는 것. 시장조사업체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전 세계 HVAC 시장 규모는 올해 5648억달러에서 2035년 1조2000억달러로 확대될 전망이다. 연평균 증가율은 8.1%다.
글로벌 대기업들도 인수합병(M&A)을 통해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유럽 공조 기업 플렉트그룹을 인수했고, LG전자는 노르웨이 온수 솔루션 기업 OSO를 품었다. 글로벌 냉방업체 캐리어 글로벌은 2023년 독일 히트펌프 제조사 비스만 클라이밋 솔루션즈를 인수하며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이광식 기자

3 hou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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