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대통령 선거 이후 국내 증시가 ‘허니문 랠리’를 펼칠 것이란 낙관론이 이어지고 있다. 둔화하는 수출, 미국 관세 정책 등 악재는 허니문 기간이 끝난 뒤에야 증시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소매·유통과 증권, 신재생에너지, 반도체 중소형주 등에서 추가 수익을 올릴 기회가 나올 것이란 게 증권가의 관측이다.
◇6월엔 ‘허니문 랠리’ 가능성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세 번의 대선을 치른 직후 한 달 동안 코스피지수는 평균 1.93%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2년(윤석열 정부)과 2017년(문재인 정부) 대선 후 한 달간 코스피지수는 각각 3.1%, 3.0% 올랐다. 2012년(박근혜 정부) 대선 이후엔 0.3% 뒷걸음질 쳤다.
유진투자증권 자료를 보면 1981년 이후 총 아홉 번의 대선을 치렀는데 대선 직후 1개월, 3개월, 1년 동안 지수가 대선 1개월 전보다 하락한 사례는 세 번(2002·2007·2012년)뿐이었다. 대선 전 코스피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매수했다면 수익 기회가 훨씬 컸다는 의미다.
대선 직후 증시가 환호하는 건 기업 실적과 무관하게 공약과 관련한 기대가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981년 이후 출범한 모든 정부가 직전 정부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평균치를 넘지 못했는데도 증시는 반대였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어떤 정부도 국내 경제의 구조적인 성장 둔화세를 막지 못했다는 의미”라며 “선거 전후 극대화한 증시 불확실성이 누그러진 영향도 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경기가 둔화하고 있는데도 ‘6월 증시 낙관론’에 무게가 실리는 배경이다. 특히 여야 후보 모두 부동산보다 증시 부양에 힘을 쏟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투자자들은 주목하고 있다.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경기 부양 정책도 잇따를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선 새 정부가 최소 20조원 규모의 2차 추경을 집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소매·유통·증권업 주목”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 세 번의 대선 이후 1개월간 수익률이 가장 높았던 업종은 소매·유통이었다. 주가가 평균 7.5% 상승했다. 경기 부양에 대한 신정부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다만 3개월 이후 상승률은 1.7%로 뚝 떨어졌다. 필수소비재 업종도 대선 직후 1개월간 평균 6.4% 뛰었다. 3개월 뒤 상승률은 평균 0.3%에 그쳤다.
대선 이후 3개월간 꾸준히 주가 상승률이 높았던 업종은 통신(9.2%), 은행(10.4%), 정보기술(IT)·하드웨어(6.0%) 순이었다. 하나증권은 이번 대선 직후엔 중소형주가 대부분인 IT·하드웨어 업종에 관심을 두라고 조언했다. 대선 직후엔 정책과 관련해 중소형주 랠리가 나타나기 쉬워서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 밸류체인(가치사슬)에 포함된 기업 등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종이 특히 유리하다”며 “2015년 이후 미국 기술주와 국내 반도체 소부장 지수 간 상관계수는 0.8로 매우 높았다”고 말했다.
유진투자증권은 대선 이후 주목할 만한 업종으로 증권과 신재생에너지를 꼽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상법 개정과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을 통해 ‘코스피지수 5000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상속세율 인하 등을 내세우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업종은 대선 이후에도 한동안 강세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후보는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믹스해 전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에너지 정책을 내놨다. 과거 탈원전 정책을 고집한 민주당의 에너지 정책과 차이가 나는 부분이다. 김 후보도 대형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을 확대하겠다고 공약했다.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