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속談’ 1월 28일자에서 난기류 중에는 조종사가 보지도 예측하지도 못하는 맑은 하늘 속 난기류, 즉 ‘청천난류(晴天亂流)’가 있다는 내용을 다룬 바 있다. 하지만 이 비행기를 덮친 난기류는 청천난류가 아닌 것으로 조사 보고서는 지적했다. 비행기의 앞부분에는 기상 레이더가 장착돼 있기 때문에 청천난류가 아닌 난기류를 대부분 예측할 수 있다. 그러면 이 사고기는 왜 이런 난기류를 예측하거나 피하지 못했을까.
원인은 아직 레이더 시스템이 모든 기상 상황을 완벽히 관측할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항공기 기상 레이더는 전파를 쏜 뒤 이 전파가 구름이나 빗방울에 맞고 반사돼 돌아오는 전파를 분석해 구름이나 눈비, 난기류 등이 있다고 분석한다. 그런데 기상 상황에 따라 전파를 흡수하거나 튕겨버리는 상황이 생기면 기상 레이더가 비행기 앞의 위험 상황을 분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사 보고서와 항공기 기술 문서 등을 보면 기상 레이더 전파는 구름이나 눈비의 수분 함량이 높을수록 전파를 더 잘 반사한다. 구름 속이나 눈비가 내리는 지역에는 난기류도 함께 발생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이라면 기상 레이더가 난기류를 높은 확률로 감지할 수 있다.반면 수분 함량이 적은 구름이나 눈비의 경우 레이더 전파를 흡수하거나 그냥 투과시켜 버릴 확률이 높다. 특히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높은 고도의 구름이나 눈비가 이처럼 수분 함량이 낮은 경우가 많다. 이 경우 비행기 앞에는 심한 난기류가 흐르고 있지만 레이더가 이를 잡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조종사들이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고 난기류에 휘말리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 사고조사보고서의 지적이다.
반대로 수분 함량이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될 수 있다. 항공기 진행 방향에 매우 짙은 구름이 있거나 거센 비가 쏟아질 경우 레이더 전파가 여기에서 모두 반사되어 버린다. 그 뒤에 더 거센 폭우나 구름이 있더라도 이를 관측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조종사의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하다면 난기류를 피하지 못할 수도 있다.
높은 상공에서 날아다니는 비행기가 난기류를 만난다고 해서 추락하는 등의 치명적인 위험에 휘말리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그렇다고 난기류에 휘말리는 상황 자체가 위험하지 않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고 비행기의 경우 중력가속도의 3배에 해당하는 힘이 3, 4초 사이에 변하면서 승객들을 짓누른 것으로 분석됐다. 훈련받지 않은 일반인들은 충분히 공포에 휩싸일 수 있는 상황이고, 좌석벨트를 매지 않았다면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승무원들이 “자리에 앉아 있을 때는 좌석벨트를 매고 있으라”고 당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좌석벨트만 매고 있어도 큰 사고를 작은 사고로 줄일 수 있고, 작은 사고는 ‘무사고’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이원주 산업1부 기자 takeoff@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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