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2024년 12월의 늦은 밤, 코미디 같은 비상계엄 선포가 있었지만, 불과 몇 시간 만에 국회는 본회의를 열어 해제를 결의했다. 국회의 기민한 위기대응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신뢰도가 가장 낮은 국가기관이 국회다. 국민의 선거를 통해 뽑힌 국회의원이 모인 곳인데도 그렇다. 그들은 정부를 견제, 감시하고 입법을 통해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지킨다. 현행 법률은 4월 16일 기준 1709개에 이른다. 법안발의는 국회의원이 실력을 드러내고 평가받는 잣대인데, 발의횟수를 인위적으로 높이려 불필요한 법률도 많이 제안한다. 심지어 지난 국회에서 폐기된 법안을 뒤져 몇 구절 바꿔 다시 입법을 시도한다. 행정공무원 중엔 복잡한 정부 입법절차를 피하려고 국회의원 이름을 빌려 입법해 서로 도움을 주기도 한다.
모두가 그런 건 아니지만 불법, 자질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정치자금, 금품수수, 이권개입, 갑질논란 등 의혹이 많다. 누가 봐도 명백한 범죄를 저질렀는데 불체포특권을 남용한다. 국회 발언에 대한 면책특권을 악용해 확인되지 않는 사실을 유포하거나 가짜뉴스를 떠들기도 한다.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지나치게 챙겨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막말, 고성, 인신공격과 비하발언은 혐오감을 부른다. 특정 쟁점을 의도적으로 살리거나 죽이고 이 쟁점을 저 쟁점으로 덮으면서 극한대립을 이어간다. 감정을 이기지 못해 부딪힐 땐 저자거리에서 이권을 다투며 행패를 부리는 패싸움과 다르지 않다.
ⓒ게티이미지뱅크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다. 국회의원을 AI로 대체하는 것이 좋겠다는 한숨 섞인 농담이 오간다. 피선거권이 있는 국민 중에서 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을 뽑아야 하니 AI가 국회의원이 될 수는 없다. 그래도 상상의 나래를 펴 AI가 국회의원이 되는 경우를 가정해 보자. 잘해 낼 수 있을까. 수천개 법안, 정책, 예산안과 관련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할 수 있다. 같거나 유사한 쟁점으로 많은 법안이 나와도 효과적으로 통·폐합, 조정해 대안을 마련할 수 있다. 법률조항의 모순, 충돌도 실시간 확인, 정리할 수 있다. 하루 24시간 일하면서도 사람처럼 피로하거나 감정낭비가 없고 금품수수, 이권개입이나 이익단체 로비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법안의 이해관계자가 수백만명이어도 실시간으로 의견을 집계, 반영할 수 있다.
그러나 AI가 국회의원을 대체하기 어려운 이유도 있다. 정치적으로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묻고 찾는 고민, 판단과 의사결정은 데이터와 추론만으로 불가능하다. 권력구조, 사형제도, 인권 등 가치관 충돌을 해결할 수 있는 안목이 있어야 하는데, AI처럼 찬성과 반대 의견을 나열해 추론하는 것만으론 미흡하다. 국회의원은 단순 결정자가 아니라 특정 집단의 목소리를 대변하는데, AI가 잘못된 결정을 해도 선거로 책임을 물을 수 없다. 입법과정은 협상, 설득과 신뢰의 산물이므로 AI의 알고리즘만으로 답을 내선 안 된다. 지금 기준으로 법안에 위헌성이 있어도 시대변화, 국민공감대가 있다면 과감하게 추진해야 하는데 AI가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다. 현장과 민심의 흐름을 읽고 정치쟁점으로 만드는 능력도 마찬가지다. AI가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가정해도 그 결정이 추구했던 목표는 사람이 만들었을 것이다. AI를 설계한 사람의 가치관이 정치를 지배하면 민주주의가 파괴되고 알고리즘 독재로 변질된다.
그래서 AI는 국회의원의 완전한 대체보다 보조자 역할이 현실적이다. 물론 국회의원은 AI를 악용해 법안을 남발하거나 이권개입, 사리사욕을 챙기는 꼼수를 쓰면 안 된다. AI의 알고리즘 결정에 무조건 따라서도 안 되고 옳고 그름, 이로움과 유해함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 법안의 필요성, 장단점과 영향, 헌법합치, 민심확인, 정부견제 등 활동에 AI도움을 받아야 한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도덕성을 직접 평가하기 위한 잣대로 AI를 활용해도 괜찮겠다. 국민의 삶을 위해 효과적으로 AI를 응용해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가기관으로 거듭나길 바란다.
이상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창의는 어떻게 혁신이 되는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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