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민주당, 상법개정안 재의결 미루면 '내로남불' 비판 받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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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자산운용사 CEO 간담회'를 마치고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10일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장-자산운용사 CEO 간담회'를 마치고 백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0일 상법 개정안이 국회서 재의결돼야 한다며 "상법 재의요구 재표결 중단은 헌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이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이 지연된 것을 '반헌법적'이라고 비난한 만큼 헌법에 따라 재의결 절차도 민주당이 주도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원장은 10일 오전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헌법이 명확히 정한 재의결 절차를 미루면 '내로남불'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민주당이 재의결 절차 없이 대선 후 거부권을 철회하는 방안을 검토하자 이를 꼬집은 셈이다.

앞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은 지난 1일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통상 거부권이 시행된 법안은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에 부쳐지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지 않으면 최종 폐기된다. 하지만 재의결에 부쳐지지 않을 경우, 6월 3일 대통령 선거 후 다음 대통령이 거부권을 철회하고 공포할 수 있다.

또 '과도한 형사 처벌'을 우려하는 재계의 입장에 민주당이 귀 기울여야 한다고 봤다. 이 원장은 "민주당이 소수 주주 보호에 진심이라면 재계가 개혁 반대의 명분으로 내세우는 '과도한 형사 처벌' 문제에 대한 입장도 표명해야 한다"며 "민주당이 이 문제에 침묵한다면 (상법 개정안 발의도) 자신들이 정파적 이해관계 때문에 중요 정책 이슈를 검토 없이 무리하게 추진했다고 국민이 받아들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경영 판단의) 과도한 형사화 완화'라는 방향에 서로 동의하면 개정안이 가결될 수 있다. 그 칼은 민주당이 쥐고 있다. 이를 외면하는 것은 1500만 투자자를 외면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유상증자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사상 최대 규모로 유상증자를 추진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금감원의 정정신고서 제출 요구 후 유상증자 규모를 3조6000억원에서 2조3000억원으로 줄이고, 구조를 수정했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투자자 등 이해 관계자의 판단에 필요한 정보가 증권 신고서에 충분히 기재돼야 한다. 그 내용이 주주에게 전달될 수 있는 소통 과정과 절차도 지켜져야 한다.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횟수에 구애받지 않고 증권 신고서 정정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방산은 한국 경제의 대표적인 산업군이다. 과감한 투자는 오히려 주주들이 환영해야 할 뉴스다. 하지만 한국의 소수 주주는 대기업의 의사 결정에 대한 불신이 가득하다. 물적분할 후 상장·유상증자·상장 폐지 등 자본 거래 과정에서 소액 주주의 이해관계가 짓밟혀 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한화 측에서 진정성 있게 주주와 소통하면 설득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엄격한 심사 원칙을 견지하되 자금 조달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신속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홈플러스 사태'와 관련 MBK파트너스에 대한 전방위적인 검사·조사 등을 진행했다. 이 원장은 "검사 과정에서 중요한 사실관계를 파악했다. 검찰과 함께 필요한 절차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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