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출퇴근도 걱정 없다…대표님도 푹 빠진 '이 車' [트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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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뉴 레인지로버 스탠더드휠베이스(SWB) P550e Autobiography. /재규어랜드로버 제공

올 뉴 레인지로버 스탠더드휠베이스(SWB) P550e Autobiography. /재규어랜드로버 제공

"저도 처음으로 PHEV를 타고 있습니다."

로빈 콜건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대표이사가 지난달 30일 열린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2020년 10월 대표이사로 부임해 올해로 4년째 한국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그는 PHEV를 타고 순수 전기 모드로만 출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고객들은 여전히 (PHEV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경험상 이 차는 서울을 위한 차량"이라고 말했다.

수입차 업체 대표의 이러한 말은 PHEV의 판매량이 증가하는 최근의 추세를 감안하면 놀랍지 않다. 특히 수입차 업계가 PHEV를 출시하며 시장을 키우고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는 전동화 전략의 일환으로 국내에서 PHEV를 밀고 있는 수입차 업체 중 하나다.

9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 PHEV 판매량은 1329대로, 전년 대비 135.2% 증가했다. 올해 1~4월 누적 판매량으로는 4927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115.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내연기관인 가솔린과 디젤의 판매량이 33.5%, 37.2%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높은 증가세다.

PHEV는 외부에서 배터리를 충전해 순수 전기차와 같이 달리기도 하고, 하이브리드처럼 엔진을 이용해 배터리를 충전하면서 달리는 차다. 순수 전기와 풀하이브리드 차량의 특징을 동시에 갖췄다고 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21년 정부가 PHEV 보조금을 폐지해 상대적으로 가격적인 메리트가 떨어지면서 인기가 시들해졌고, 이에 현대차와 기아도 국내에서 PHEV 모델을 철수했다. 르노코리아와 한국GM도 현재 국내에서 PHEV를 판매하고 있지 않다. 올해들어 KG모빌리티가 중국 체리자동차의 플랫폼을 들여와 토레스 하이브리드 PHEV를 출시했다.

프리미엄 PHEV 세단 뉴 550e xDrive./사진=BMW코리아

프리미엄 PHEV 세단 뉴 550e xDrive./사진=BMW코리아

KG모빌리티를 제외하면 국내 PHEV 시장은 비교적 가격으로 덜 민감한 수입차 위주로 형성돼있다. 도요타, BMW, 볼보자동차, 재규어랜드로버 등 수입차 업체는 적극적으로 PHEV를 한국에 들여와 판매하고 있다. 슈퍼카 브랜드인 람보르기니는 지난해 한국에 브랜드 최초 PHEV 우르스SE를 공개했다. 라브(RAV)4, 5시리즈, XC60, 올 뉴 레인지로버 등 국내에서 인기인 수입차 모델들이 PHEV로 출시되며 판매량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는 하이브리드 열풍이 PHEV의 인기에 한몫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1~4월 수입차 하이브리드 누적 판매량은 5만3898대로, 전년 대비 36.9% 증가했다. 여기에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맞물리면서 전기차와 하이브리드를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PHEV를 소비자들이 택하고 있다는 얘기다.

람보르기니 V8 PHEV 슈퍼카 '테메라리오'/사진=연합뉴스

람보르기니 V8 PHEV 슈퍼카 '테메라리오'/사진=연합뉴스

또 다른 이유로는 과거 보다 전기 출력 등 PHEV의 성능이 개선됐다는 점이다. 전기로만 주행했을 때 1회 충전 시 주행가능 거리가 짧지 않다는 점도 판매량 증가의 이유로 꼽힌다. 일례로 BMW의 5시리즈 PHEV의 1회 충전 가능 거리는 70㎞, 올 뉴레인지로버 PHEV는 80㎞다. 서울 시내 출퇴근은 전기 동력만 이용해서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기 동력을 다 써도 엔진을 이용할 수 있어 걱정이 없다.

PHEV는 글로벌에서도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PHEV의 글로벌 판매량은 589만대로 전년 대비 58.9%가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전기차는 1035대가 팔리면서 전년 대비 16.3% 증가했다. PHEV 판매량이 전기차보다 적지만, 성장세만 보면 전기차를 뛰어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하이브리드의 역할이 커지고 있듯이, PHEV도 그 틈새를 파고들어 판매량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수진 한경닷컴 기자 naiv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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