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내리막길 걷는 나이키…경영진 교체 칼 빼들어
러닝 인기에…온러닝·호카·살로몬 등 신흥 브랜드 약진
운동화 업계의 만년 절대 강자로 불리던 나이키의 아성이 무너지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러닝이 인기를 끌면서 러닝화로 입소문을 탄 신흥 브랜드들이 치고 올라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약진으로 나이키의 패권이 흔들리는 모습이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나이키는 올해 들어 심각한 실적 부진을 겪고 있다.
지난 2월 발표한 이번 회계연도 3분기(2024년 12월~2025년 1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3% 감소한 113억달러(약 15조5000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7억8800만달러로 41% 급감했다. 순이익은 32%, 주당이익은 29% 각각 크게 줄었다.
코로나 시기때만 해도 나이키는 잘 나갔다. 국내 패션 업계는 불황을 겪던 지난 2020년 최대 실적을 올렸고, 2022년에는 스포츠 브랜드 최초 단일 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나이키는 디자인 중심의 한정판 운동화를 대거 선보였다. 2019년 지드래곤과 협업한 운동화는 리셀가(중고 판매가)가 1300만원까지 치솟아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러닝 인기에 맞춰 신흥 브랜드들이 기능성을 중심으로 제품을 선보이는 것과 다른 행보다.
그 결과 나이키는 펜데믹 이후 핵심 시장인 북미와 유럽뿐 아니라 중국에서도 성장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나이키는 제품 카테고리를 ‘남성·여성·키즈’로 단순화했는데, 이런 전략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왔다는 분석도 있다. 카테고리를 단순화하는 과정에서 러닝이나 농구와 같은 핵심 스포츠의 전문성이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이키가 핵심 스포츠 가치에 집중하기보다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너무 빨리 선회한 것도 주된 위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나이키는 경영진 교체라는 칼을 빼들었으나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6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나이키는 26년간 회사에 몸담았던 하이디 오닐 소비자·제품·브랜드 부문 사장을 전격 경질하고, 그 자리에 에이미 몬태인을 후임 브랜드 사장으로 내세웠다. 필 맥카트니는 최고 혁신·디자인·제품 책임자로 새롭게 합류하면서 대규모 임원진 개편을 단행했다.
존 도너휴 나이키 최고경영자(CEO)는 “새로운 리더십 팀과 함께 나이키의 다음 성장 단계를 이끌겠다”고 공언했다.
나이키의 경영 전략이 흔들리는 동안 신흥 브랜드들이 약진을 시작했다. 특히 러닝을 좋아하는 젊은 층 사이에서 온러닝·호카·살로몬 세 브랜드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온러닝은 스위스 출신으로 철인 3종 경기를 6번 우승한 올리비에 베른하르트가 2010년 설립했다. 그의 운동선수 시절 경험에서 비롯된 아이디어가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구체화됐고 기능성을 강조한 신발이 만들어졌다. ‘밑창에 구멍이 숭숭 뚫린 운동화’로 처음 입소문을 탔다.
실적도 상승세다. 온러닝은 지난 3월 4일 실적 설명회에서 올해 1분기 30%대 중반의 매출 증가를 내다봤다. 그러면서 올해 하반기는 1분기 대비 저조하겠지만 20%대 매출 증가율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카는 2009년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브랜드로,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기는 이들을 위해 척박한 자연환경에서도 편하게 기능하는 신발을 만들면서 시작됐다. 험난한 지형에도 충격을 잘 흡수하도록 밑창(아웃솔)을 만들어 호평을 받고 있다.
처음 등산화로 이름을 알린 살로몬은 최근 러닝화를 선보이며 종합 스포츠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 프랑스 브랜드로 아웃도어 용품으로 인지도를 쌓았다. 고프코어(투박하고 못생긴 아웃도어 패션) 트렌드를 타고 MZ 세대에게 패션 아이템으로도 사랑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