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복원 20주년을 맞아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한자리에 모였다. 두 사람은 서울의 미래 비전과 도시 브랜드 전략을 놓고 의견을 나눴다.
서울시는 지난달 28일 청계재단에서 진행한 '청계천복원 20주년 기념 특별대담' 영상을 4일 공개했다.
조수빈 아나운서의 사회로 40여분간 진행된 이날 대담에서 이 전 대통령은 시장 재임 당시 60~70년대 개발 프레임과 쓰레기, 악취 등에 시달리던 청계천의 자연과 환경을 시민들에게 되돌려줘야겠다는 생각으로 복원 결단을 내렸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청계천 복원 완료 다음 해인 2006년 서울시장에 취임한 오 시장은 "전 세계 도시 관계자들이 서울을 찾을 때 꼭 방문하는 곳이 이 전 대통령이 시장 시절 만든 청계천과 서울시교통정보시스템 토피스(TOPIS)"라며 "이러한 콘텐츠들이 세계인들이 서울을 평가할 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치하했다.
이어 "청계천 복원은 도심 속 생태계를 살린 전 세계 도시 역사상 보기 힘든 사업이자 서울 도시 변화의 시작점"이라며 "전임자의 하드웨어에 소프트웨어로 부가가치를 더하는 것이 후임자의 역할"이라고 했다. 이 전 대통령은 "활용을 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화답했다.
오 시장은 '도시 브랜드 철학'을 묻는 말에 "전 세계인들이 투자하고, 살고, 공부하고, 관광하기 위해 서울을 찾고, 이로 인해 경제가 활성화하도록 도시브랜드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도 "도시브랜드가 높아지면 관광객이 모이고 투자도 이어지면서 양질의 일자리도 창출할 수 있다"고 동조했다. 이어 "어려운 사람들에게 금전적으로 직접 지원하는 것은 통치하긴 좋을지 몰라도 진정한 국민에 대한 사랑, 국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아니다"라고 이재명 정부의 소비쿠폰 정책을 에둘러 비판했다.
도시브랜드 가치를 높인 소프트웨어로 청계천뿐 아니라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도 거론됐다. '한강버스' 사업 이야기는 이 과정에서 나왔다.
오 시장은 한강버스 사업 성공을 자신하며 "청계천 없는 서울을 상상하기 어렵듯이 앞으로 2~3년만 지나면 한강버스 없는 한강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한강버스 일시 운항 중단에 대해서는 "시행착오를 바로잡기 위해 시민들께 솔직하게 말씀드리고 해결하고자 했다"고 했다.
이 전 대통령도 "한강처럼 폭이 넓은 강에 배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며 "재운항 시작하면 꼭 한번 탑승할 것이다. 한강버스를 통해 한강도 잘 활용하고, 배 만드는 기술도 좋아지고 종합적으로 수준이 올라갈 것"이라고 긍정 평가했다.
서울의 미래를 묻는 말에 오 시장은 "이제 도시는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와 같은 무형의 가치로 승부할 때"라며 "경쟁력 있는 창조산업 발전을 통해 '콘텐츠 도시', '문화예술도시' 이미지를 세계에 각인시켜 서울을 아시아 문화 중심으로 만드는 것이 도시의 생존전략이자 서울의 미래를 위한 길"이라고 답했다.
이 전 대통령은 "격동하는 시대에 큰 변화가 오더라도 인류에겐 늘 새로운 길이 있었다"며 "서울시민은 물론 대한민국 국민 모두 희망을 가지고 함께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전체 대담 영상은 서울특별시장 공식 누리집과 라이브서울 소셜방송 라이브서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