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거면 젠틀몬스터 왜 사?"…99% 카피에 칼 빼들었다 [장서우의 하입:hy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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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틀몬스터 캠페인 영상.

젠틀몬스터 캠페인 영상.

미국의 패션·법률 전문 매체 더패션로(The Fashion Law)가 안경 디자인 모방 논란을 둘러싼 젠틀몬스터와 블루엘리펀트 간 법정 공방에 주목하며 “한국이 ‘듀프’(고가 브랜드의 저가 복제품)에 칼을 빼 들었다”고 분석했다. 패션업계에서 오랜 기간 관행처럼 여겨져 온 ‘디자인 차용’에 대해 한국 정부가 강경한 대응에 나서면서 재판 결과의 파장이 상당할 거란 전망이다.

2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더패션로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모방이 선을 넘을 때: 한국, 듀프에 칼을 빼 들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가 블루엘리펀트 간 법정 싸움을 다뤘다.

아이아이컴바인드는 작년 12월 블루엘리펀트를 상대로 자사 제품과 공간 디자인 등 모방 혐의에 대한 법적 대응에 나선다고 밝혔다. 수사에 착수한 지식재산처 기술디자인특별사법경찰과 대전지방검찰청 특허범죄조사부는 올해 3월 블루엘리펀트의 전 대표이사 등 3명을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젠틀몬스터 매장 내부.

젠틀몬스터 매장 내부.

이번 사건은 타사 제품을 모방한 범죄 혐의로 대표이사가 구속된 최초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부정경쟁방지법 2조는 ‘타인이 제작한 상품의 형태를 모방한 상품을 양도·대여 또는 이를 위한 전시를 하거나 수입·수출하는 행위’를 부정경쟁행위로 처벌하고 있다. 정식으로 등록되지 않은 디자인이라도 출시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상품은 모양이나 색채 등이 보호돼야 한다는 취지의 조항이다.

더패션로는 이번 사건이 “오랜 기간 패션 산업을 규정해 온 ‘법적 회색지대’를 부각시켰다”고 분석했다. 시중에 출시된 다른 제품에서 받는 ‘영감’이 불법적인 ‘모방’이 되는 순간에 대한 판단이 모호한 현실을 관통하는 사건이란 얘기다. 특히 검찰이 적용한 부정경쟁방지법 조항이 실제 형사 처벌로 이어진 경우가 드물었다는 점에서 “패션업체들의 법적 책임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패션 산업은 제품 주기가 워낙 빠른 탓에 모든 종류의 디자인을 법적으로 등록해 보호받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블루엘리펀트 측도 공식 입장문에서 “안경은 ‘형태적 특이성’이 없고, 이 때문에 선행 제품에 대한 참조는 매우 일반적인 관행”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처벌의 예외로 삼는 ‘통상적으로 갖는 형태’에 대한 모방이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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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업계 특성상 한국에선 모방에 대한 처벌 조항이 이론적인 억제책에만 머물렀다. 미국 판례법상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다른 제품과 차별되는 시각적 이미지), 유럽연합(EU)의 ‘공동체특허’(community design) 등에 준하는 규정을 두고는 있지만, 실효성은 낮았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블루엘리펀트 전 대표 등을 상대로 형사 처벌에 나섰다는 건 지식재산권(IP) 보호에 대한 새로운 기준을 세운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다. “조직적인, 대규모 모방 행위가 더 이상 민사적인 대응에만 국한되지 않을 거라는 점을 시사한다”고 더패션로는 짚었다.

이 매체는 “아시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패션 시장 중 하나인 한국에서 법 집행 환경이 강화하고 있다”며 “‘듀프 문화’에 기반해 사업을 빠르게 성장시켜 온 신흥 기업들에는 법적 리스크가 늘어난 셈”이라고도 지적했다. 이번 소송의 향방에 따라 한국이 의류 IP 보호에 관한 모델을 제시해 선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을 거란 관측도 내놨다.

블루엘리펀트 매장 전경.

블루엘리펀트 매장 전경.

블루엘리펀트는 젠틀몬스터 측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안경이라는 제품의 특성상 인체공학적 제약이 있어 형태 등이 본질적으로 유사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모방 제품 51종 중 18종이 99% 이상 일치했다는 검찰 측 발표 내용에 대해서도 “단지 ‘유사하다’는 의미이지, 법에 의해 보호받는 형태적 특이성을 갖췄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재판에 넘겨진 전 대표 등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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