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다 대목 장사 망칠 판"…길어진 폭염에 꺼내든 '승부수' [트렌드+]

3 hours ago 1

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세계적 폭염으로 국내외 패션업계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통상 이맘때부터 FW(가을·겨울) 상품 판매를 준비해야 하지만 무더위가 길어지면서 마케팅 일정을 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 탓이다. 특히 국내 패션 기업들은 최근 의류 소비가 살아나는 호조 속에서도 고가의 FW 상품 판매가 늦어질 경우 실적 개선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폭염에 흔들린 의류 마케팅 전략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2일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은 극심한 폭염으로 인해 판매 전략을 재정비하고 있다. 스웨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조직매형의류(SPA) 브랜드 H&M은 길어진 여름에 대응해 올해 의류 마케팅 일정을 조정하기로 했다. 최근 몇 년간 9월 말까지도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자 가을 컬렉션을 예년보다 더 가벼운 소재로 제작해 소비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유럽 전역은 기록적 폭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남유럽 국가에서는 낮 최고기온이 40도 이상으로 치솟았으며, 북유럽인 덴마크에서도 낮 기온이 관측 이래 최고 수준인 37도까지 오르는 등 유럽 대륙 전역이 폭염 영향권에 들었다.

국내는 아직 본격 불볕더위가 시작되지 않았지만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기상청에 따르면 2024년 전국 폭염일수는 33일로 최근 10년간(2016~2025년) 두 번째로 많았다. 작년 폭염일수도 28일로 세 번째를 기록하는 등 여름철 무더위가 길어지는 추세다. 폭염일은 일 최고기온이 33도 이상인 날을 의미한다.

사진=한경DB

사진=한경DB

통상 패션 업계는 FW 상품을 한 해 매출의 핵심 동력으로 삼는다. 가벼운 소재의 여름 의류에 비해 재킷, 코트 등 제품 단가가 높은 가을·겨울철 옷을 많이 팔아야 수익성을 극대화할 수 있어서다. 겨울 시즌 판매가 부진하면 기업의 한 해 실적이 흔들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점차 여름이 길어지면서 재킷과 코트를 전면에 내세워야 할 시기에도 소비자들은 반소매와 반바지 등 여름 의류를 찾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이로 인해 가을·겨울 옷을 판매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 단축되면서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는 실정이다.

최근 국내 증시 훈풍 등으로 모처럼 의류 소비가 살아난 점도 업계의 고민을 키우는 요인이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의류·신발 지출은 전년 동기 대비 9.6% 증가한 13만 3000원으로 집계됐다.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한 인식을 보여주는 소비자심리지수도 지난달 106.6을 기록하며 두 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의류 소비가 살아나 실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지만, 길어진 더위가 FW 상품 판매를 지연시키는 변수로 떠올랐다는 설명이다.

패션업계, 계절 경계 허문 '시즌리스'로 소비자 공략

삼성물산이 전개하는 패션 브랜드 빈폴이 웨더웨어 브랜드 헌터와 협업해 선보인 화보 이미지(왼)와 LF가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헤지스의 2026 SS 화보 이미지(오)./사진=각 사 제공

삼성물산이 전개하는 패션 브랜드 빈폴이 웨더웨어 브랜드 헌터와 협업해 선보인 화보 이미지(왼)와 LF가 운영하는 패션 브랜드 헤지스의 2026 SS 화보 이미지(오)./사진=각 사 제공

패션업계는 길어진 여름에 맞춰 상품 전략을 재편하며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데 주력하고 있다. 초여름부터 늦가을까지 활용할 수 있는 간절기 상품을 확대하거나 봄·여름과 가을·겨울 상품을 동시에 선보이는 식이다. 무더위로 FW 상품 판매 시점이 늦어질 가능성이 커지자 계절 경계를 허문 상품 구성으로 소비자 발길을 붙잡으려는 전략이다.

실제로 LF가 전개하는 패션 브랜드 헤지스는 2026 SS 시즌 린넨 셔츠 상품군을 지난해보다 약 30% 늘렸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운영하는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올해 반소매 티셔츠뿐 아니라 얇은 긴소매 티셔츠와 한여름에도 착용할 수 있는 카디건 등 간절기 상품군을 대폭 확대했다. 캐주얼 브랜드 빈폴 역시 웨더웨어 브랜드 '헌터'와 협업해 날씨와 관계없이 활용할 수 있는 '애니웨더, 애니웨어' 컬렉션을 선보이며 수요 잡기에 나섰다.

업계 관계자는 "기후 변화로 과거처럼 8~9월부터 두꺼운 코트와 패딩을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활용도 높은 간절기 의류와 계절 구분이 크지 않은 시즌리스 상품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박수림 한경닷컴 기자 paksr365@hankyung.com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