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체제전복 노린 모사드, 前대통령 포섭하려 비밀 접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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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가 전한 이스라엘의 ‘추대 작전’
하메네이 측과 갈등 아마디네자드, 헝가리-과테말라 등 여러 지역서
최소 2023년부터 이스라엘과 접촉… 주거비 등 지원 받으며 만남 계속
권좌 복귀 이견… 이란에 가택연금

2024년 6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이 대통령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며 언론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손을 머리에 얹고 있다. 대선 후보의 등록 자격을 심사하는 헌법수호위원회가 그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려 후보 등록에는 실패했다. 테헤란=AP 뉴시스

2024년 6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이 대통령 보궐선거 출마 의사를 밝히며 언론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손을 머리에 얹고 있다. 대선 후보의 등록 자격을 심사하는 헌법수호위원회가 그에게 부적격 판정을 내려 후보 등록에는 실패했다. 테헤란=AP 뉴시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이 발발한 올 2월 28일. 이란 수도 테헤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70·2005∼2013년 집권)의 자택에 검은색 ‘푸조’ 차량이 도착했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은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을 태우고 전속력으로 달려 모처의 안전 가옥으로 이동했다. 이 작전을 주도한 이들은 바로 이스라엘의 해외 정보기관 ‘모사드’ 소속 요원들이었다.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유대인 대학살(홀로코스트)을 부정했다. 그는 공개 석상에서 “미국이 이스라엘을 지원하려고 9·11테러를 조작했다”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워 버리겠다”고 밝힐 만큼 반(反)이스라엘, 반미 성향 또한 강했다. 다만 퇴임 후 알리 하메네이 전 이란 최고지도자를 중심으로 한 신정체제 세력과 갈등을 빚어 재집권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이스라엘은 바로 이 점을 노리고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을 포섭하기 위해 공들였다. 13일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중남미 과테말라, 동유럽 헝가리 등 세계 곳곳에서 그와 접촉하며 그를 이란의 새 지도자로 추대하려 했다. 다만 이란 전쟁의 장기화, 양측 회동을 인지한 신정체제 세력의 반대,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본인의 거부 등으로 지도자 추대에는 실패했다.

● 재집권 꿈 무산되자 하메네이와 결별

NYT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최소 2023년부터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과 접촉했다. 그의 주거비와 여행 경비도 지원했다.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2023년 중남미 국가 중 이스라엘과 친밀한 과테말라의 초청으로 현지에서 열리는 환경 콘퍼런스에 참여하며 이스라엘 측과 연을 맺었다. 당시 이란 당국 또한 그의 탑승권 발급을 잠시 거부할 만큼 그의 출국에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양측은 2024년 초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의 루도비카대에서 다시 만났다. 다비드 바르네아 모사드 국장이 직접 부다페스트로 날아가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바르네아 국장은 이란 전쟁의 개시, 이란 정권 교체 등에 강한 의욕을 가진 인물이다. 당시 헝가리 총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가까운 오르반 빅토르 전 총리였다.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이 이스라엘과 거듭 접촉한 이유로 권좌를 향한 그의 열망이 꼽힌다. 그는 2009년 재선 당시 부정 선거로 승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었으며 당시 이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무력 진압했다.

이런 그의 행보로 민심 이반이 고조되자 이란의 신정 세력은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을 매우 부담스러워했다. 그가 수차례 대선 재출마를 시도한 것에도 줄곧 반대했다. 실제로 신정 세력은 대선 후보의 등록 자격을 심사하는 헌법수호위원회를 통해 그에게 출마 부적격 판정을 내리며 재집권 가능성을 차단했다.

이에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 또한 신정 체제에 환멸과 적개심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2017년부터는 주로 영어로 소셜미디어를 운영했다. 미국 스포츠와 음악 등을 자주 언급하며 집권 때와 달리 서방에 사뭇 유화적 태도를 취했다.

● 친(親)서방 옐친 꿈꿔… 이스라엘과 수교 의향도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자신을 옛 소련의 해체, 러시아의 개혁·개방을 이끌었던 친서방 성향의 보리스 옐친 전 러시아 대통령에 종종 비교했다고 NYT는 전했다. 소련 해체 및 집권 과정에서 미국 등 서방 주요국의 도움을 많이 받았던 옐친 전 대통령처럼 본인 또한 서방의 지원으로 이란의 새 지도자가 되려 했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재집권하면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주요국과 이스라엘의 수교를 중재했던 ‘아브라함 협정’에 참여할 뜻도 시사했다고 그의 측근은 전했다.

다만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은 전쟁 발발 당일 모사드가 자신의 대피를 주도하고, 전쟁 과정에서 자신을 권좌에 복귀시키려는 이스라엘의 계획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그는 이란 혁명수비대에 의해 가택 연금 상태에 놓였다.

그는 6일 테헤란에서 열린 하메네이의 장례식에도 참석했다. 다만 그의 주변에는 이란 군 요원으로 보이는 남성들이 있었다. 이 장례식에 개혁파인 하산 로하니 전 대통령,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 등은 참석하지 않았다.

김수현 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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