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아시아 외교를 오랫동안 이끌었던 ‘한반도 전문가’ 커트 캠벨 전 국무부 부장관이 미·이란 군사 충돌의 최대 영향권으로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지역을 지목했다. 그는 에너지 불안과 미국의 군사력 공백이 아시아의 경제·안보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으며, 중국이 이번 사태의 최대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캠벨 전 부장관은 30일 일본 니혼게이자이와의 인터뷰에서 “석유와 천연가스 공급 중단으로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곳은 인도태평양 지역”이라며 “인플레이션 같은 역풍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동 위기로 인해 에너지 안보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에너지 비축은 더 높은 회복력을 필요로 한다”며 각국이 공급망 안정화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역할 변화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미국은 오랜 기간 미사일, 전투기, 병력 등 군사 능력을 인도태평양으로 이동시켜 왔지만 다시 중동으로 돌아갔다”며 “이를 단기간에 원래 지역으로 복귀시키기는 어렵고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이 이번 충돌의 상대적 승자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캠벨 전 부장관은 “중국은 에너지 조달과 비축 양쪽에서 여력이 있다”며 “세계 경제 불안정이라는 폭풍을 견디는 데 가장 성공하고 있는 나라가 중국이라는 점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대만 정책은 아직 형성 과정에 있다”며 “미국 군사력이 중동에 집중되고 트럼프의 태도가 다소 중국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점에 아시아가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미군 공백이 한국 일본 등 동맹국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동맹국 간 협력 강화가 필요하다”며 일본이 한국과 관계 개선을 추진하는 점을 언급하고, 다카이치 정권이 국제 평화와 안정에 적극 기여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중 양국이 세계 질서를 주도하는 ‘G2 체제’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캠벨 전 부장관은 “트럼프 행정부 내부에는 중국을 미국의 존립을 위협하는 대상으로 보는 세력과, 중국과의 관계에서 경제적 기회를 찾는 세력이 공존한다”며 “현재는 후자의 그룹이 힘을 얻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미국의 대중 기술 규제 완화 움직임을 사례로 들며 “G2와 같은 체제는 미국에도 아시아에도 전략적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미국과 일본, 아시아 국가들이 수십 년간 구축한 시스템은 평화와 안정이라는 큰 혜택을 가져왔다”며 “미국의 일방주의적 접근에는 한계가 있지만, 아시아에서 미국의 역할은 앞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번 이란 충돌에 대해서는 미국의 전략적 판단 착오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공격의 성공으로 이란에 대한 무력 행사도 단기간에 끝낼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현실은 달랐다”며 “미국은 이 분쟁에서 빠져나올 방법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호르무즈 해협 통항료 부과 위험이 남아 있고, 이란에 대한 자금 지원은 기존 제재 압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핵 문제 해결 전망도 불투명하고 오히려 이란의 핵 보유 의지를 강화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캠벨 전 부장관은 오바마·바이든 행정부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을 설계한 미국 아시아 외교의 핵심 인물로, 2009~2013년 국무부 차관보, 2021~2025년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과 국무부 부장관을 지냈다.
도쿄=최만수 특파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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