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조스-산체스 결혼식 초대장 디자인 논란... 결혼장소도 시민 반발로 장소 변경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 등에 소개된 제프베조스-로렌 산체스의 결혼식 초대장 |
세계 3위 부자 제프 베조스(60)와 약혼녀 로렌 산체스(54)의 결혼식 초대장이 공개되면서 예상치 못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베니스 시민들의 강력한 반발로 결혼식 장소까지 변경됐다.
6년간의 열애 끝에 결혼을 앞둔 아마존 창업자와 블루 오리진 우주비행사 커플은 이번 주 베니스에서 며칠간 성대한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현지 시민단체들이 "베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No Space for Bezos)"며 반대 시위를 벌이고 결혼식 당일 하객 진입 저지 시위까지 예고하자, 결국 외곽의 아르세날레 전시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시민단체는 결혼식 장소 변경 소식에 환호했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BBC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그저 평범한 시민들이지만 힘을 모아 결국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하나를 도시에서 몰아냈다"고 밝혔다.
최근 베니스 곳곳에는 '베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는 포스터가 붙었고, 리알토 다리에는 결혼 반대 대형 현수막이 걸렸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영국 시민단체 '모두가 일론 머스크를 싫어해(Everyone Hates Elon)'도 결혼식 반대에 합세했다. 이들은 산 마르코 광장에 "베니스를 빌릴 돈이 있다면 세금을 더 내라"는 대형 현수막을 내걸며 베조스를 저격했다.
이런 가운데 ABC가 입수한 결혼식 초대장도 화제가 됐다. 200명의 하객에게 발송된 초대장에서 커플은 "부디 선물은 사양합니다"라며 대신 베니스의 3개 자선단체에 기부할 것을 요청했다. "이 마법같은 장소가 우리에게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했습니다. 여러분이 함께해 주심으로써 베니스가 다음 세대에도 계속 경이로움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라는 메시지도 담겼다.
그러나 파란색, 분홍색, 검은색으로 그려진 새, 나비, 깃털, 잠자리와 베니스 곤돌라 뱃사공 그림이 흩어져 있는 초대장 디자인이 공개되자, SNS는 즉각적인 비판으로 들끓었다.
한 X(구 트위터) 이용자는 "역대 가장 못생긴 초대장"이라고 직설적으로 비판했고, 다른 이는 "수조 원대 억만장자인데 초대장 디자인이 이게 뭐냐. 15살짜리가 디자인 편집 프로그램 캔바(Canva)로 만든 것 같다"고 조롱했다.
전직 디자이너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이 초대장은 '돈으로도 품위는 살 수 없다'는 확실한 증거"라며 "2278억 달러(약 314조 원)로도 안 되는 건 안 되는구나"라고 꼬집었다.
초대장 공개 시점을 두고도 의혹이 제기됐다. 시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베니스 자선단체 기부 계획이 담긴 초대장을 공개해 여론을 무마하려 했다는 추측이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와 배우 로렌 산체스/사진 AFP=뉴스1 |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관광도시 베니스는 최근 몇 년간 관광객 급증에 따른 소음과 사생활 침해, 치솟는 집값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광객에 밀려 떠나는 주민이 늘어나면서 베니스가 거대한 세트장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