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관세율 맞대응을 넘어 비관세장벽까지 동원하며 난타전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인 엔비디아 H20 칩의 중국 수출까지 제한했다. 미국이 대중국 관세를 145%까지 올렸지만 중국이 보복에 나서며 장기전을 선포하자 압박 수위를 더욱 강화한 것이다.
엔비디아는 지난 9일 미국 정부로부터 H20을 중국에 수출할 때 당국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15일(현지시간) 밝혔다. 또 14일에는 이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는 통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H20은 미국이 안보를 이유로 최첨단 반도체의 중국 수출을 규제하는 가운데 그동안 중국에 합법적으로 제공할 수 있었던 최고급 사양 AI 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요 교역국과의 관세 협상에서 중국과 거래하는 것을 제한하도록 압박할 계획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향후 진행될 70여 개국과의 상호관세 협상에서 미국이 관세율을 낮춰주는 대가로 중국과 거래를 끊도록 압박해 중국 경제에 타격을 주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특히 미국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을 퇴출하는 방안도 논의되고 있다고 폴리티코가 이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은 중국에 넘어갔다”며 “중국은 우리와 협상해야 하지만 우리는 중국과 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국은 아직 대화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희토류 수출 통제, 미국산 대두 수입 통제, 보잉 여객기 인수 금지, 미국 영화 수입 축소 등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동남아시아 3국 순방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5일 말레이시아 매체 더스타 기고문에서 “중국은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아세안 국가들과 함께 지정학적이고 진영에 기반한 대립, 일방주의와 보호주의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과 중국이 전면전을 벌이는 가운데 관세 사정권에 있는 한국은 미국과 협상하는 데 총력전을 펼친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다음주 미국을 찾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을 만나 관세 협상에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