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은 가장 진솔한 문장으로 남는다.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85)는 어쩌면 부끄럽고 외면하고 싶은 기억까지 숨김없이 드러낸 글쓰기로 노벨문학상을 거머쥔 인물이다. 에르노는 1940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작은 마을 이브토에서 카페 겸 식료품점을 운영하는 소상인의 딸로 태어났다. 가난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쓴 그는 학업에 매진했다. 루앙대에서 문학을 전공한 뒤 문학 교수로 강단에 섰다. 1974년 서른네 살 때 자전소설 <빈 옷장>으로 등단했다.
에르노의 작품은 언제나 꾸밈없는 자기 고백에서 출발한다. 연하 외국인 유부남과의 연애담을 기록한 <단순한 열정>, 어머니의 생전 삶을 담은 <한 여자>, 자신의 불법 임신 중절 경험을 녹인 <사건> 등 대부분이 자전적 서사다. 불륜, 낙태 등 논쟁적 소재를 다뤄 비판받기도 했지만 냉철하게 해부한 자신의 경험을 한 시대가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이야기로 승화해 명성을 쌓았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