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 포장재 값 4배 껑충…패션업계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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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류 비닐 포장재(폴리백)의 주원료인 폴리에틸렌(PE)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의 대치 상황이 석 달째 이어져 폴리에틸렌 원료인 원유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다. 의류에 많이 쓰이는 면화 가격까지 오르면서 패션 기업의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의류 포장재 값 4배 껑충…패션업계 '비상'

◇“3~4배 웃돈 얹어야 물량 확보”

17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국내 한 SPA(제조·직매형 의류) 브랜드가 사용하는 폴리백(가로 36㎝ x 세로 45㎝) 단가는 지난 12일 기준 장당 472원으로 작년 말(125원)보다 277.6% 급등했다. 작년 가격보다 3~4배 웃돈을 얹어야 폴리백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패션업계의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른 무더위에 여름철 의류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폴리백 가격이 계속 올라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동 사태에 따른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폴리백의 핵심 원료인 나프타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벌어진 일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나프타를 원료로 만드는 폴리에틸렌 가격은 지난 15일 t당 8080위안까지 급등해 최근 3년 내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말(6307위안)보다 28.1% 상승했다.

국내 패션 브랜드 대부분이 중국에서 폴리백을 수입하는 만큼 높은 원·달러 환율도 원가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한 패션 브랜드의 경우 이달 폴리백 수입 장당 가격이 10원 가량 더 올랐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당 1476원까지 상승한 여파가 반영되면서다. SPA 브랜드의 한 디자이너는 “오염과 구김, 흠집 등을 방지하기 위해선 폴리백 사용이 필수적”이라며 “최근엔 중국 폴리백 업체와의 가격 협상에서 원·달러 환율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업계 가격 인상 ‘만지작’

폴리백뿐 아니라 의류에 많이 쓰이는 면화 가격까지 오르면서 패션업계의 원가 부담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트레이딩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이달 15일 기준 면화 가격은 파운드당 80.61달러다. 작년 말보다 25%가량 올랐다.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2월 말부터 가격이 가파르게 뛰었다.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이 나타나면서 합성 섬유 가격 역시 당분간 안정화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의류업계에서 많이 쓰이는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아크릴 등 3대 합성 섬유는 모두 나프타에서 나온다. 일본 소재 기업들은 이미 가격 인상에 나서기 시작했다. 미쓰비시케미컬은 지난달 아크릴과 신축성 원료 가격을 인상했다. 테이진도 폴리에스터 가격을 20%, 원단 가격을 25% 올렸다.

패션업계는 2분기 실적부터 본격적으로 수익성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단 재고가 없는 소규모 의류 제작업체들은 경영난까지 호소하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는 오는 하반기 주요 패션기업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패션 브랜드의 원자재 구매 담당자는 “아직은 버티고 있지만 가격 인상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원가 부담이 계속되면 제품 가격 인상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100% 반영하는 건 패션업계 특성상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의류 제품은 불경기에 상대적으로 가격 민감도가 높은 품목으로 꼽힌다. 한 패션기업 관계자는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오히려 의류 소비를 감소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류은혁 기자 ehry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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