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개인 신용점수에 쇼핑·교통비도 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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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차 직장인 A씨(29)는 생애 첫차를 사기 위해 대출 상담을 받는 과정에서 고민이 깊어졌다. 금융 거래 이력이 짧아 기존 신용평가 모형에선 원하는 한도가 책정되지 않아서다. 하지만 B은행이 대안 신용평가 모형을 적용하면서 대출 길이 열렸다. 통신비 납부, 전통시장 이용, 도서 구입 등 건전한 소비 패턴을 상환 능력으로 인정하면서 A씨는 당초 예상보다 높은 한도로 대출받는 데 성공했다.

은행권이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 모형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통신·쇼핑·교통비 등을 분석해 사회초년생, 주부 등 금융 거래 이력이 부족한 사람의 대출 문턱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정부의 포용금융 기조에 부합하는 데다 신용점수 인플레이션 현상도 해소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금융 데이터 활용 신용평가 고도화

은행권, 개인 신용점수에 쇼핑·교통비도 반영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은 오는 10월부터 ‘대안정보 기반 ML모형’을 개인·개인사업자 여신심사에 적용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비금융 정보를 폭넓게 활용하겠다는 게 핵심이다. 기존에는 NICE평가정보와 KCB 등 신용평가사가 매긴 금융 기록(대출·연체·카드 사용액 등) 위주로 심사했지만, 앞으로는 전통시장 결제, 공연 관람, 통신비 납부 내역 등 비금융 정보를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하나은행도 ‘소매ML모형 3.0 고도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오는 3분기부터 SK텔레콤(통신), 신세계(유통), 교보문고(도서) 등 다양한 기업의 데이터를 여신 심사에 사용할 방침이다. 국민은행은 금융 이력이 부족한 고객을 위한 맞춤 신용대출 상품을 내놨다. 신한·우리은행은 소상공인 특화 대안 신용평가 모형을 시범 운영할 예정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한발 더 앞서갔다. 2022년 업계 최초로 대안 신용평가 모형인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개발한 카카오뱅크가 대표적이다. 그동안 카카오뱅크 스코어를 통해 공급된 중·저신용자 대출은 1조1000억원에 달한다.

◇대안 신용평가로 포용금융 실천

은행권이 대안정보 활용에 속도를 내는 것은 기존 신용평가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사회초년생, 주부 등 금융 거래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thin filer)’를 줄이는 게 핵심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포용금융’ 기조도 맞닿아 있다. 대안 신용평가는 생활 데이터를 반영해 중·저신용자의 대출 승인 기준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과거의 연체 기록이나 카드 이력만 쳐다보고 있을 것이냐”며 신용평가 모형 개편을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금융당국도 이달 중 출범하는 ‘포용금융추진단’을 통해 대안 신용평가 모형 도입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신용평가 변별력 확보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신용점수 인플레이션 현상이 심해지고 있어서다. 900점 이상 고신용자가 2000만 명을 넘어선 만큼 기존 신용점수로 차주의 상환 여력을 정밀하게 가리기 어려워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여신 담당자는 “금융 데이터 중심의 전통적인 여신 심사 모형을 비금융 데이터로 보완하고 있다”며 “포용금융을 실천하면서 부실 리스크를 줄이려면 반드시 추진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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