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의 운영사인 두나무에 1조원을 투자해 주요 주주로 올라선다. 국내 금융지주가 가상자산거래소 지분을 직접 확보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나은행은 15일 이사회를 열어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두나무 주식 228만4000주를 1조33억원에 인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하나은행은 두나무 지분 6.55%를 확보한다. 송치형 두나무 회장(지분율 25.5%), 김형년 두나무 부회장(13.1%), 우리기술투자(7.2%)에 이어 4대 주주가 된다. 기존 3대 주주이던 카카오인베스트먼트(4.03%)는 한화투자증권(5.9%)에 이어 6대 주주로 밀려난다.
하나금융의 이번 투자는 국내 은행권이 디지털자산을 미래 먹거리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디지털자산 기반 금융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함영주 회장의 승부수…두나무 4대 주주로
하나 "미래금융 새 규칙 만든다"…원화 스테이블 코인 생태계 구축
“전통 자산과 디지털 자산을 아우르는 금융 생태계를 선도하겠습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15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가상자산거래소 지분을 인수한 배경에 대해 “단순 투자 목적이 아니다”며 이렇게 강조했다. 함 회장은 “금융권 생태계 중심이 전통 자산에서 디지털 자산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하나금융이 그 흐름과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말했다.
◇미래 먹거리로 선점
하나금융이 두나무를 전략적 투자 대상으로 낙점한 배경에는 디지털 자산을 차세대 금융 인프라로 보고 선점하겠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디지털 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이 은행의 결제·외환·자산관리(WM) 등 기존 사업과 연결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뿐만 아니라 증권사의 토큰증권(STO)·디지털 자산 수탁, 카드사의 결제 인프라, 캐피털·글로벌 계열사의 해외 금융 서비스와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하나금융은 기대하고 있다. 하나은행도 이날 공시에서 이번 지분 취득 목적을 “전략적 지분 투자를 통한 신금융 경쟁력 확보”라고 밝혔다.
하나은행은 전통적으로 외국환 업무에 강점이 있는 곳이다. 하나은행은 2012년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외환 부문을 핵심 경쟁력으로 키워왔다. 하지만 스테이블코인과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하면서 기존 외화 송금·결제망이 강한 하나은행에 위협이 될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았다. 하나금융은 두나무와 제휴해 위기 요인을 기회로 바꿨다는 평가가 나온다. 함 회장은 지난 1월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스테이블코인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코인을 발행하는 것만으로는 기회를 창출해낼 수 없고, 변화 흐름에서 새 규칙을 만들고 시장을 주도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했다.
전통 금융시장이 성장하는 데 한계에 달한 것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은행권은 예대마진 중심 수익 구조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더구나 가계대출 총량 관리, 대출금리 인하 압력, 수수료 규제 등 기존 금융업만으로는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하나금융은 그동안 시장에 매물로 나온 보험사와 카드사 인수 후보로 꾸준히 거론돼 왔지만, 보험과 카드 역시 저성장 속에 규제 부담이 큰 성숙산업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금융의 두나무 투자는 전통 금융업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차원을 넘어 디지털 자산이라는 새 금융 인프라에 올라타 성장판을 넓히려는 선택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실명 계좌 제휴도 맺나
하나금융과 두나무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블록체인 기반 외화 송금, 디지털 자산 연계 자산 관리 서비스를 중심으로 협력을 확대할 전망이다. 두 회사는 두나무 자체 블록체인 ‘기와체인’을 활용해 기존 국제결제망(SWIFT) 중심 외화 송금 체계를 보완하고, 실시간 거래·정산이 가능한 송금 서비스를 고도화하기로 했다. 원화 스테이블코인 분야에서는 은행의 결제 시스템과 두나무의 디지털 기술을 결합해 발행부터 사용, 환류까지 이어지는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고객의 전통 금융 자산과 가상 자산을 통합하는 새로운 종합 자산 관리 서비스도 내놓는다.
업비트 실명 계좌 제휴 변화 가능성도 관심사다. 업비트는 케이뱅크와 실명 확인 입출금 계좌 제휴를 맺고 있다. 이번 지분 투자가 곧바로 하나은행의 실명 계좌 제공으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 어렵지만, 하나은행이 두나무 주요주주가 된 만큼 중장기적으로 협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네이버·두나무 연합에 올라타
하나금융이 국내 1위 가상자산거래소 지분을 획득하면서 다른 금융지주 속내도 복잡해졌다. 디지털자산기본법 제정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의 제도 틀이 마련되면 은행권 경쟁은 본격화할 전망이다. 그동안 금융지주들은 은행·증권·카드·핀테크·블록체인 기업이 참여하는 컨소시엄 방식의 진출을 검토해왔다. 하나금융이 국내 최대 빅테크 네이버의 관계사로 편입될 예정인 두나무와 지분 동맹을 맺으면서 경쟁에 한층 유리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장현주/조미현 기자 blackse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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