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은행의 위험 회피를 강화하는 요인으로 자본 규제를 지목해 금융권 안팎에서 ‘건전성 규제의 역설’ 논쟁이 불붙고 있다. 은행 건전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자본 규제가 결과적으로 중·저신용자 대출을 위축시키는 유인으로 작동한다는 인식이다. 금융권에서도 포용금융 취지에 공감하지만 높은 건전성 기준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은행의 위험 감수 여력은 제한될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 실장은 지난 5일 SNS에 “건전성 규제는 한국 금융을 지켜온 핵심 장치였고, 그 공로는 분명히 인정받아야 한다”면서도 “모든 규제는 동시에 유인을 만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리스크를 낮출수록 자본 효율성이 개선되고, 이 기준은 은행 의사결정에 그대로 반영된다”며 “은행은 점점 더 안전한 구간으로 이동한다”고 지적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금융 시스템을 안정화하기 위해 강화한 건전성 규제가 은행의 여신 선택을 고신용, 담보대출, 우량 기업 중심으로 이끄는 구조적 요인이 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김 실장의 문제 제기는 단순히 은행권이 중·저신용자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에 그치지 않는다. 기존 신용평가 모델과 자본 규제, 감독 관행이 맞물리면서 은행이 중간 위험 구간을 정교하게 평가해 감당하기보다 위험 자체를 줄이는 방향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겨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은행이 중신용자와 자영업자, 중소기업 대출을 늘리면 위험가중자산(RWA)이 증가한다. RWA는 은행이 보유한 자산에 위험도를 반영해 계산한 값이다. 같은 1조원을 대출하더라도 고신용 주택담보대출보다 중신용 신용대출과 담보가 부족한 중소기업 대출의 위험가중치가 더 높다.
RWA가 커지면 은행의 핵심 건전성 지표인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떨어진다. 은행으로서는 수익성이 같거나 비슷하다면 위험가중치가 낮은 대출을 내주는 것이 유리하다. 금융권 관계자는 “외환위기 이후 한국 금융의 핵심 교훈은 ‘은행은 절대 망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며 “자본 비율 관리가 은행 의사결정의 최우선 기준처럼 굳어져 중간 위험을 맡기 어려운 구조가 된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은행권이 특히 문제 삼는 것은 ‘CET1 13%’ 안팎의 관리 감독 기준이다. 국제적 은행 건전성 규제인 바젤Ⅲ상 CET1 기본 기준은 7%다. 국가마다 금융 시스템의 중요도와 은행별 위험 수준에 따라 추가 기준을 붙인다. 예컨대 일본은 대형 금융그룹에 적용되는 CET1 규제 기준이 8%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일반 은행에 8%, 은행계 금융지주에 9%를 요구한다. 실제 감독에서는 13%가 배당과 주주환원, 자본정책 기준선처럼 작동하고 있다. 명시적 법규는 아니지만 이 선을 밑돌면 감독당국 압박이 커진다는 게 금융권 설명이다. 우리금융그룹은 지난해 CET1이 13%를 밑돌자 중소기업 대출 증가세를 조절해 이 수치를 끌어올렸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RWA 관리는 은행 수익 구조가 지나치게 위험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인데, CET1 13%가 금융의 정답인 것처럼 변질된 건 문제”라며 “이런 구조에서는 중소기업과 중신용자 대출 확대를 주문해도 자본 비율 방어를 먼저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조미현/김진성 기자 mwise@hankyung.com

3 weeks ago
8
![[사설] 농협 AI 내재화, 양날개 효과 높여야](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5/30/news-p.v1.20260530.c98b0af62a8949dfabd15b45eff7d7ae_P1.jpg)
![[정유신의 핀테크스토리]중국의 이자 지급형 CBDC, 통화정책 혁신과 달러 패권 도전](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5/31/news-p.v1.20260531.2cca43b60d9a4346844543d8d1c38e7d_P1.jpg)

![[ET시선] 삼성 타결, 한가한 정부 '자화자찬', 청구서는 산업계 몫](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3/05/19/news-p.v1.20230519.b7c6b0b9685349fbba4322d2d5c720c6_P3.jpg)






!['통한의 극장골 실점 패배' 주승진 김천 감독 "뒷심이 부족했다" [전주 현장]](https://image.starnewskorea.com/21/2026/05/2026051714010261496_1.jpg)

![[전화성의 기술창업 Targeting] 〈395〉 [AC협회장 주간록105] 마이클 잭슨 자산과 스타트업 경영](https://img.etnews.com/news/article/2026/05/04/news-p.v1.20260504.773e529e3f474adea55b425cf6daf8c2_P3.jpg)


English (U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