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허윤수 기자] 축구 국가대표 미드필더로 활약했던 구자철(36)이 선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소속팀인 제주 SK의 유소년 어드바이저를 맡아 축구 인생 2막을 연다.
제주SK의 구자철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구자철 현역 은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구자철은 1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축구 선수로서의 삶을 매듭짓는 감회와 앞으로의 계획 등을 밝혔다.
선수 시절을 돌아보며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12 런던올림픽 동메달을 꼽은 구자철은 그보다 1년 앞서 2011년 8월 10일 일본과의 친선 경기에서 0-3 완패했던 경기 얘기를 꺼냈다. 당시 패배를 막지 못했던 구자철은 “너무 부끄러웠고 한 순간도 잊지 못했다”며 “다음 한일전에서 지면 축구를 그만하겠다는 마음이었다”고 회상했다.
구자철의 다음 한일전이 런던올림픽 축구 남자 3·4위전이었다. 구자철은 쐐기 골을 터뜨리며 2-0 승리에 선봉장이 됐다. 한국 축구 역사상 첫 올림픽 메달이었다. 구자철은 “1년 전 패배에 대한 반성과 기억으로 이길 수 있었다”며 “시상대에 올라 동메달을 목에 걸고 태극기를 바라봤을 때가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2012 런던올림픽 당시 구자철. 사진=AFPBB NEWS |
반면 가장 아쉬웠던 순간은 2014 국제축구연맹(FIFA) 브라질 월드컵을 꼽았다. 당시 홍명보 감독이 이끈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1무 2패로 16강 진출에 실패했다. 대표팀 주장이었던 구자철은 “지금까지 마음에 담아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구자철은 2007년 제주에서 프로에 데뷔해 2010년까지 뛰며 한국 축구의 간판스타로 성장했다. 이후 2011년 독일 분데스리가 볼프스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유럽 진출에 성공한 그는 독일에서 전성기를 보낸 뒤, 중동으로 활동 무대를 옮겨 카타르의 알가라파, 알코르에서 뛰었다.
구자철은 2022년 3월 친정팀인 제주로 복귀했다. 한국 프로축구 통산 성적은 K리그1 95경기 8골 19도움, 플레이오프 3경기 1도움, 리그컵 18경기 1골 1도움을 합쳐 7시즌 116경기 9골 21도움이다. 선수로서의 마지막 해가 된 지난 시즌에는 잦은 부상으로 재활에 집중하면서 3경기를 뛰는 데 그쳤다.
은퇴를 결정하게 된 배경도 부상이다. 그는 “근육, 무릎, 발목 상태가 버티지 못했다”며 “한국 무대로 돌아온 뒤엔 감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회복 기간이 길어졌다”고 말했다.
제주SK의 구자철(오른쪽)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구자철 현역 은퇴 기자회견 및 유스 어드바이저 위촉식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구자철은 제2의 축구 인생도 제주에서 시작한다. 구단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유럽의 유소년 훈련 프로그램을 전수하는 등 유소년 축구 발전을 위해 일한다. 구자철은 “기본 목표에 충실해서 좋은 선수를 발굴하고 1군에 정착하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그는 또 “박지성(44·은퇴)을 비롯해 손흥민(33·토트넘 홋스퍼), 김민재(29·바이에른 뮌헨), 이강인(24·파리 생제르맹) 등의 활약이 후배들이 더 큰 꿈을 꾸는 원동력이 된다”며 “유소년 선수들도 목표 설정을 통해 동기부여를 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