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윤여정이 장남의 동성애 커밍아웃 사실을 공개해 화제인 가운데, 성소수자 방송인인 홍석천의 모친이 윤여정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해 눈길을 끈다.
홍석천은 지난 29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서 "윤여정 선생님에 소식에 놀라고 감동하고 위로받았다"며 "엄마가 '그분은(윤여정은) 괜찮으시다니?'라고 하시더라"고 전했다. 모친이 자신의 커밍아웃 이후 심적으로 힘들어했다는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홍석천은 구체적으로 자신의 과거 커밍아웃 당시 부모의 반응을 전했다. 그는 "가만히 생각해보니 제가 얼마나 큰 짐을 두 분께 지어드렸는지. 커밍아웃한 지 25년. 내 나이 30 한창 청춘일 때 내 행복 내 인생만 생각하고 욕심부려 커밍아웃했다가 부모님 쓰러질 뻔했다"고 떠올렸다.
홍석천은 이어 "잘나가던 아들이 한순간에 전 국민의 적이자, 욕받이이자 떼로 공격해 죽어야 속 풀리겠다는 마녀사냥감이 된 아들이 얼마나 걱정되고 불쌍하고 속상하셨던지 동네 창피 교회 창피 견디면서 늘 있던 그 자리에 묵묵히 견뎌주신 내 엄마 아빠"라며 감사해했다.
홍석천은 윤여정을 걱정한 모친에 대해 재차 "울 엄마는 그 긴 세월 많이 괜찮으시진 않았나 보다. 아무튼 더 잘살아 봐야겠다. 언제까지 내 옆에 계셔주실지 모르겠지만 사랑한다고 더 많이 표현해야겠다"면서 '사랑해요. 엄마. 아들 옆에 더 오래 있어 줘요. 잘 살게요'라고 적었다.
앞서 윤여정은 지난 16일(현지시각) 할리우드 영화 '결혼 피로연' 개봉을 앞두고 진행한 미국 매체와 인터뷰에서 장남의 동성애 커밍아웃 사실을 최초로 공개했다. 윤여정은 "제 첫째 아들은 2000년에 동성애자임을 커밍아웃했다"고 밝혔다.
윤여정은 "뉴욕에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됐을 때, 아들이 결혼식을 했다. 한국에선 비밀이었기 때문에 온 가족이 뉴욕에 모였다"며 "고향(한국) 사람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아직 모르겠다. 이제는 아들보다 사위를 더 사랑한다"고 말했다.
윤여정이 출연한 영화 '결혼 피로연'은 미국 이민자들인 두 동성 커플의 가짜 결혼을 계획하면서 벌어지는 소동에 대한 내용이다. 윤여정은 자신이 연기한 '자영'이 극 중 동성애자 손자에게 "(네가 누구든) 너는 내 손자다"라고 말하는 걸 언급하면서 "실제 내 삶에서 나온 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감독과 내 개인적인 경험에 관해 얘기한 뒤 이 대사를 함께 만들었다"며 "이 말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됐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홍민성 한경닷컴 기자 m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