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3대 특검’ 임명
조은석 “사초 쓰는 자세”
민중기 “객관적으로”
이명현 “억울한 죽음 규명”
이재명 대통령이 내란 특별검사에 조은석 전 감사원장 권한대행, 김건희 특검에 민중기 전 서울중앙지방법원장, 순직 해병 특검에 이명현 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을 각각 임명하면서 전 정권을 향한 사정 정국이 본격화됐다. 이번 3대 특검은 국회 통과부터 국무회의 공포, 특검 후보 추천, 대통령 임명까지 이 대통령 당선 8일 만에 일사천리로 진행되면서 전례 없는 속도전을 예고했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13일 오전 브리핑을 통해 “이 대통령은 ‘3대 특검법’에 따른 특검 3명을 임명했다”면서 “특검 임명은 특검법 성격과 전문성, 수사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을 고려해 이뤄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 눈높이에 걸맞은 수사로 철저한 진상규명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특수통 검사·판사·군 검사 등 각각 다른 경력을 지닌 세 특검도 이날 간단한 소감을 밝히며 공식활동을 시작했다. 조 특검은 입장문을 통해 “국가수사본부·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검찰의 노고가 헛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사초를 쓰는 자세로 세심하게 살펴가며 오로지 수사 논리에 따라 특검직을 수행하겠다”고 전했다.
김건희 여사 사건을 담당하는 민 특검도 변호사 사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회적으로 논란이 많이 됐던 사건”이라며 “객관적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 특검은 사무실로 출근하며 “억울한 죽음에 대해 진실을 명백히 밝히겠다”고 전했다. 그는 “누가 진실을 은폐하는지 다 나와 있으니 그 부분만 밝히면 된다”고 덧붙였다.
세 특검 가운데 조 특검이 가장 먼저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그는 이날 오전 11시쯤 서울고검을 찾아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세현 서울고검장과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조 특검은 검찰의 기존 수사 자료 송부와 수사팀 검사·수사관 파견 등 협조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 특검은 서로 다른 이력을 지닌 만큼 수사 방식이나 접근법에도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특검 인사들의 정치적 편향성 등을 이유로 중립성이 지켜지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 내 대표 특수통으로 분류되는 조 특검은 과거 권력형 비리 등 대형 사건 수사에 폭넓게 참여해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4년 대검 형사부장으로 세월호 참사 검경 합동 수사를 지휘했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강하게 밀어붙이는 수사 스타일로 정평이 나 있다”고 전했다. 문재인 정부에서는 서울고검장과 법무연수원장을 거쳐 감사원 감사위원으로 임명됐다. 이후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감사를 ‘표적 감사’라고 비판하며 최재해 감사원장 등과 충돌했고 대통령 관저 비리 의혹 감사 결과에 대해서도 재심의를 요구하는 등 정권과 갈등을 빚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반윤 특검’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과거 김대중 전 대통령 아들인 김홍일 전 의원과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인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등을 수사해 기소한 이력이 있는 만큼 편향성 논란은 기우라는 목소리도 제기된다.
민 특검은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에서 활동했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과는 서울대 법대 동기로, 가까운 인사로 분류된다. 문재인 정부 당시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재조사한 추가조사위원회를 이끌었고 이후에는 서울중앙지법원장을 지냈다. 진보 성향 법조인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다만 판사 출신이라는 점에서 직접적인 수사보다는 전체적인 방향 설정에 주력하고, 실질적인 수사 지휘는 특검보가 맡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여사가 이중 조사를 피하고 특검 조사를 택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김 여사 대면 조사도 특검이 맡을 가능성이 크다.
이 특검은 군 검사 시절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장남의 병역 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했고 이후 국방부 검찰단 고등검찰부장, 합동참모본부 법무실장 등 군에서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다. 외압 의혹을 폭로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의 변호인인 김정민·김경호 변호사를 특검팀에 선발할 뜻도 내비쳤다. 특검 수사에서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질책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 두 사람의 소환 조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특검 인사가 발표된 이후 더불어민주당은 특검 수사 결과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현희 민주당 최고위원은 “세 분의 특검이 오직 국민만 바라보고, 성역 없는 진상 규명에 힘써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같은 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우리가 바라는 진짜 대한민국은 계엄과 내란 같은 음험한 기획이 다시는 고개를 들지 못하도록 청산을 하는 데서 시작될 것”이라며 “내란의 위헌·위법성을 비롯해 각종 범죄 혐의들이 조속히 규명되고 단죄될 수 있도록 민주당은 모든 노력과 협조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세 특검 임명에 대해 깊은 경계심과 비판을 쏟아냈다.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특검이라는 건 공정성이 매우 중요한데 인사를 보면 민주당 성향이 강하거나 친명(친이재명)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김 위원장은 이어 “그렇다면 특검이 어떤 수사 결과를 내놓는다 하더라도 국민이 과연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이게 이 대통령이 첫날부터 얘기했던 국민 통합과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박형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특검에 임명된 인사들의 부적절성을 지적했다. 그는 “이미 특검 인선부터 이재명 정권 입맛에 맞는 정치 편향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며 “이는 특검의 목적이 결국 야당 탄압과 정치 보복에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는 “국민의힘은 특검이 예고된 대로 야당 탄압, 정치 보복성 수사로 흘러가게 된다면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