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지난달 발생한 구축함 사고 관련자들의 모습을 관영 매체에서 의도적으로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중앙TV는 전날 5000t급 구축함 '강건호' 진수 기념식 보도를 하며 지난 3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함선건조사업 현지지도 사진을 재공개했다. 그런데 당시 사진 속 김 위원장과 함께 있던 김명식 전 해군사령관의 모습이 진수식 보도에서는 완전히 사라졌다.
아울러 구축함 사고가 발생한 청진조선소의 지배인 홍길호도 김명식과 마찬가지로 과거 김 위원장의 현지 지도 사진에는 모습이 포착됐지만 강건호 진수 기념식 보도 사진에서는 지워졌다. 홍길호는 구축함 사고 발생 후 가장 먼저 사법 당국에 소환된 인물이다.
김명식은 처벌 내용이 발표된 바 없지만 강건호 진수 기념식 사진을 통해 해군사령관이 박광섭으로 교체된 사실이 확인됐다.
북한이 특정 인물을 매체서 삭제한 건 지난 2013년 장성택 처형 당시 이후 처음이며 구축함 사고 관련자들이 예상보다 강한 처벌을 받았을 수 있다고 미국의 북한 전문매체 NK뉴스는 전했다.
북한은 새로 건조한 구축함을 지난달 22일 청진조선소에서 물에 띄우다가 배 뒷부분이 먼저 이탈하면서 제대로 진수하지 못했다. 현장에서 사고 전 과정을 지켜 본 김 위원장은 "용납할 수 없는 심각한 중대사고"라며 격노했고 이후 관련자들의 소환 등 처벌이 줄줄이 진행됐다.
고정삼 한경닷컴 기자 js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