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엔 나이가 들면서 눈물이 부족해져 건성안을 호소하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엔 젊은 건성안 환자가 많습니다. 스마트폰 사용 등으로 인한 ‘디지털 눈 피로’에 세계적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죠.”
윤경철 한국건성안학회장은 최근 기자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윤 회장은 2008년 국내 첫 건성안 연구 동물실험실을 여는 등 건성안 질환 연구 분야 권위자다. 한국콘택트렌즈학회장, 대한안과학회 학술위원장 등을 지냈다. 전남대병원 안과 교수로 근무하며 진료부원장을 맡고 있는 그는 지난해 7월 한국건성안학회장으로 취임했다. 안구건조증 등 눈물질환을 연구하는 학술단체다.
국내 성인 다섯 명 중 한 명은 건성안을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 현장에선 실제 환자가 이보다 많을 것이라고 평가한다. 윤 회장을 통해 건성안 질환 연구 현황과 예방법 등에 관해 들어봤다.
▷건성안은 질환이라는 인식이 높지 않다.
“건성안은 눈 표면에 있는 각막 세포가 손상되고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건성안이 있으면 시야가 흐려지는 등 시력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빛에 예민하게 반응해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삶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
▷젊은 환자도 늘고 있다.
“젊은 층은 VDT 증후군 때문에 다른 연령대보다 눈물막이 깨지는 증상을 많이 호소한다. 전자기기 등을 많이 시청해 눈을 깜빡이는 횟수가 줄고 가까운 거리에서 영상기기 등을 봐 눈물막이 파괴되는 증상을 호소하게 된다.”
▷최근엔 청색광에 대한 경각심도 높아지고 있다.
“그동안 눈 건강에 영향을 주는 ‘자외선’ 연구가 주로 이뤄졌다. 자외선에 의한 각막 손상, 백내장, 황반변성 등이다. 최근엔 청색광 연구가 늘어 각막 손상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헌이 증가하고 있다. 청색광에 오래 노출되면 각막세포에 산화스트레스성 손상을 준다. 눈 표면 염증 등 다양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대표적인 게 안구건조증 등 건성안이다.”
▷눈 주변 피부에도 영향을 준다.
“눈꺼풀 등 눈 주위 피부는 인체에서 가장 얇다. 청색광에 노출돼 산화스트레스성 손상이 쌓이면 이론적으로 눈 주위 피부 세포의 DNA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콜라겐 합성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아직 이에 대한 연구가 많이 이뤄지진 않았다. 추가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2000년대 중반부터 건성안 연구를 해왔다.
“2000년대 중반 일본 게이오대와 미국 베일러대 연수를 다녀왔다. 당시 건성안이 단순한 눈물 분비 부족이 아니라 대뇌피질과 눈물샘, 눈 표면이 연결된 회로 이상이라는 연구를 확인했다. 이후 국내에서도 건성안 연구가 늘어야 한다고 판단해 동물실험실을 열었다. 미국과 한국 제약사에 신약 기술을 이전하는 등 성과도 있었다.”
▷아이들도 스마트폰을 많이 쓰는 추세다.
“아이들도 스마트폰을 보는 등 근거리 작업이 늘어 근시와 조절장애가 증가하고 있다. 성장기 아이들은 청색광에 더욱 취약하다. 동물실험 등을 통해 다양한 가설은 나와 있는 단계다.”
▷예방을 위해 생활 습관 교정이 중요하다.
“전자기기 등의 노출 빈도를 줄이고 장시간 사용하면 휴식해야 한다. 1시간 정도 전자기기를 쓰면 10분 정도 휴식하는 게 필요하다. 조도도 눈 건강에 영향을 준다. 어두운 곳에서 전자기기 등에 노출되는 것은 삼가야 한다. 거리도 중요하다. 최소한 30㎝ 정도는 떨어뜨리고 사용해야 한다.”
▷연구해야 할 주제가 많다.
“최근 세계눈물막학회에서 ‘디지털 눈피로’라는 명칭을 정하고 체계적 치료법을 제시했다. 눈에 충분한 수분을 공급하는 게 첫 번째다. 온찜질, 가습기 사용 등이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눈물 분비를 촉진하는 인공누액 등 보조제를 적절히 사용하는 것이다. 세 번째는 항산화제 등 영양보조제를 복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런 치료법에 대해서도 아직 논쟁이 있다. 다만 이런 치료를 하면 도움이 된다는 근거가 쌓이고 있다.”
▷건성안학회장으로 어떤 업무에 집중할 계획인가.
“국제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 건성안 관련 연구는 이미 세계적 수준이다. 학회가 아시아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중심에 설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올해 아시아건성안학회가 제주도에서 열린다. 건성안 질환 치료 연구는 물론 의료산업 발전에도 공헌할 수 있도록 학회를 이끄는 게 목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