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약 시장이 앞으로 최소 10년 이상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비만약은 인류의 건강을 크게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입니다.”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간 헬스케어 콘퍼런스’에서 데이비드 릭스 일라이릴리 회장은 비만약이 여러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사회의 전반적인 건강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기반 비만약이 인류의 건강 증진에 다각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의미다.
○ 만병통치약 된 비만약
지난해 GLP-1 기반 비만약 ‘젭바운드’를 미국에 출시한 일라이릴리는 같은 해 1000억달러(약 146조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전년 대비 32% 늘어난 수치다.
릭스 회장이 비만약의 미래를 낙관하는 이유는 비만약이 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수면무호흡증, 알츠하이머병, 알코올 및 마약 중독 치료 등에도 효과가 있는 것이 확인되면서다. 그야말로 현대판 ‘만병통치약’인 셈이다.
릭스 회장은 “젭바운드는 지난달 수면무호흡증 치료제로 허가받았다”며 “약물 치료 범위를 계속 확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수의 전문가는 비만약이 향후 인류의 전반적인 건강을 개선하고 기대수명을 높일 핵심 약물로 평가하고 있다. 그는 “비만약은 비만으로 생기는 합병증을 예방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비만약 시장은 2030년까지 130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금의 비만약 시장은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와 젭바운드가 선점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모닝스타에 따르면 향후 5년 안에 16개의 새로운 비만약이 등장할 예정이다.
○ 먹는 비만약 시대 성큼
지난해 행사에서 비만약이 주요 키워드였다면 올해는 ‘먹는’ 비만약이 화두로 떠올랐다. 주사제를 알약으로 바꿔 접근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이날 릴리 외에도 여러 비만약 개발사가 먹는 비만약 개발 성과를 공개했다. 전날 릭스 회장은 내년 초 릴리가 개발 중인 먹는 비만약 ‘오르포글리프론’이 승인받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주 1회 주사를 맞아야 하는 젭바운드와 달리 오르포글리프론은 매일 먹으면 된다. 임상 2상에서 36주 만에 체중을 최대 14.7% 감량해 주목받은 물질이다. 릴리는 올해 중반 오르포글리프론의 후기 임상 데이터를 공개할 계획이다. 릭스 회장은 “공급 이슈가 없는 미국, 유럽, 일본 시장에 먼저 출시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 비만약 시장 뛰어드는 빅파마
지난 13일 로슈도 미래를 이끌 핵심 자산으로 먹는 비만약을 꼽았다. 로슈는 2023년 카못테라퓨틱스를 인수하며 비만약 개발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7월 한 달 만에 체중을 6.1% 줄이는 데 성공한 초기 임상 결과를 공개하기도 했다. 테레사 그라함 로슈 최고경영자(CEO)는 “올해 하반기 해당 비만약에 대한 임상 2상 데이터를 확인해 3상 진입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성공적인 임상 결과를 공개해 업계의 주목을 받은 바이킹테라퓨틱스도 올해 행사에 공식 초청받았다. 바이킹테라퓨틱스의 약물은 글로벌 제약사들과 견줘도 우수한 체중 감량 효과를 보이면서도 구토 등의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내일은 한 달 만에 체중을 5% 가까이 줄이는 데 성공한 턴즈파마슈티컬의 발표가 예정돼 있다.
릭스 회장은 “비만약은 비만으로 생기는 합병증을 예방해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며 “5~6년 뒤에는 환자의 상태나 합병증 여부 등에 따라 비만약을 선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샌프란시스코=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