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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경제지주 운영 농장테마파크
양·토끼에 먹이 주고 동물과 교감
방문한 날이 평일임에도 불구하고 현장은 활기가 넘쳤다. 유치원생과 초등학생들은 단체 소풍을 왔고 지역 시니어 방문객들도 단체 관광버스를 타고 여유롭게 둘러보고 있었다. 기업의 직장인들도 팜랜드로 워크샵을 왔다. 방문객 구성은 나이와 목적을 막론하고 다양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매우 한국적인 풍경이다. 꽃과 들판, 나무와 마을이 어우러진 이 공간은 외국인 관광객에게도 ‘한국의 농촌’을 보여주기에 적합해 보였다. 실제로 안성팜랜드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관광 100선’, 경기관광공사의 ‘경기유망관광 10선’, 안성시의 ‘안성8경’에 포함될 만큼 대표성을 인정받은 곳이다.
그러나 관계자에 따르면 외국인 관광객 비율은 아직 5%를 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농촌의 정취와 계절별 자연 변화가 뚜렷한 장소인 만큼 보다 많은 외국인 방문이 이어진다면 한국적인 농업 관광의 매력을 더욱 널리 알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안성팜랜드는 2012년 공식 출범 이후 누적 방문객 500만 명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약 55만 명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농협경제지주가 직접 운영하는 정책형 콘텐츠 사업으로 단순한 관광 시설이 아닌 국민들에게 축산업에 대한 긍정적 인식을 확산시키고 도시민을 대상으로 농업 체험 교육을 제공하며 농업의 다원적 가치를 실현해 온 복합 공간으로 자리잡았다.이곳의 시작은 다소 의외의 역사를 갖고 있다. 1969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의 요청으로 대한민국을 방문한 서독 대통령 하인리히 뤼브케와의 경제 협력 논의 결과 한독낙농시범목장이 안성에 조성됐다. 이 목장이 안성팜랜드의 전신이다. 이후 1980~2000년대에 걸쳐 축종별 시범목장, 유기축산 시범목장, 유기사료 생산지 등으로 운영됐으며 2012년 ‘안성팜랜드’라는 이름으로 체험형 테마 공간으로 재탄생했다.방문객은 입장 직후 두 부류로 나뉜다. 산책길로 향하는 사람들과 동물 농장으로 향하는 사람들이다. 성인들로만 구성된 입장객은 철마다 바뀌는 꽃밭 산책로로 향하고 아이와 동행한 단체와 가족은 동물이 있는 목장으로 곧장 향한다.
안성팜랜드의 부지는 129만㎡로 약 39만 평에 달한다. 축구장 180개 규모다. 때문에 전동카트를 대여해 목장을 둘러보면 편리하다.
전동카트를 타고 유채꽃과 호밀밭 축제 현장을 찾았다. 3만평 규모지만 올해는 봄이 짧았던 탓에 유채꽃이 반절밖에 피지 못했고 호밀밭은 아직 키가 다 자라지 못했다고 한다. 그래도 끝없이 펼쳐지는 호밀밭과 함께 봄을 만끽하기에 부족하지 않다. 계절이 바뀌면 유채꽃이 진 자리에는 해바라기와 코스모스가 그 자리를 이어받는다고 한다. 벌써 해바라기 파종을 시작했다.
겨울과 봄 사이 냉이캐기 체험이 있었다면 해바라기가 만개한 7월부터 8월까지는 물놀이와 버블앤버블 축제, 옥수수 미로 등의 콘텐츠가 병행된다고 한다. 9월과 10월은 ‘코스목동 축제’가 열린다. 이 계절에는 핑크뮬리와 코스모스가 목장 전체를 붉게 물들인다고 한다.
안성팜랜드 관계자는 “안성팜랜드가 사계절 내내 계절별로 다른 콘텐츠와 함께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기 때문에 밭을 부지런히 갈아 엎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손이 바쁠 때는 분사장을 비롯해 임원분들도 트랙터를 몰기도 한다. 모두 자격증이 있다”며 웃었다.
아직 냉이꽃이 하얗게 피어 들판에 번져 있었다. 2월 말부터 진행됐던 냉이캐기 체험은 현재 종료됐으며 해당 체험 공간은 양들을 방목하는 초지로 바뀌어 있었다. 울타리 밖의 냉이꽃을 뜯어 내밀자 양떼 무리가 천천히 다가와 냉이꽃을 받아먹었다.중간중간 숲길에서는 방문객들이 제각각 삼각대를 세우고 촬영을 하고 있었다. 그 중 블루애로우 가로수길에서는 한 커플이 웨딩 드레스를 입고 셀프 웨딩 사진을 촬영 중이었다. 안성팜랜드 관계자는 호밀밭 사이에 있는 이 블루애로우 가로수길이 최근 SNS에서 유명세를 타고 ‘웨딩 촬영의 성지’가 되어가고 있다고 했다.
산책로 한바퀴를 돌고 나서 체험목장으로 향했다. 안성팜랜드에는 말, 소, 양 을 비롯해 알파카, 염소, 토끼, 닭, 돼지, 말, 거북이, 앵무새 등이 있다. 동물은 대부분 방목장에서 방목되며 특히 토끼와 돼지, 염소 등 가축의 경우는 방문객들과 교감할 수 있게 이뤄졌다. 체험 장소가 각 동물별로 나뉘어 있는데 대부분 먹이주기 체험이 가능하다. 체험장에서는 어린 염소가 우리 밖을 나와 사람들 사이로 다니며 사람의 손을 핥기도 하고 토끼는 아이 손에 든 당근 접시를 달라고 재촉한다. 새 모이를 쥐고있으면 새들이 손에 올라타 모이를 먹기도 한다.
안성팜랜드는 2개장 당시 농업의 생산(1차), 가공과 유통(2차), 체험·관광·교육(3차)을 아우르는 6차 산업 모델에 따라 콘텐츠가 기획됐다고 한다. 농업관광의 취지에 부합하는 복합 문화공간으로서 농업의 다면적 가치를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무엇보다 체험 구역 중 가장 이목을 끄는 주인공은 흰 털에 검은 얼굴을 한 ‘검은코양’이다. 정식 품종명은 ‘발레블랙노즈’로 영국 애니메이션 ‘숀더쉽’의 주인공으로 유명해 아이와 어른들에게 모두 친숙한 모양새다.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희귀종으로 현재 국내에 3곳 정도 있지만 이렇게 가족 단위로 모여 사육하는 공간은 유일하다고 한다.
현재 안성팜랜드에는 검은코양 8마리가 사육되고 있다. 모두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까지 혈통이 확인된 순수 개체로 향후 국내 희귀 품종 유전자 다양성 확보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안성팜랜드 측은 지난 3월말 뉴질랜드에서 이 곳으로 온 검은코양들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별도의 사육 공간을 마련했고 동물복지 기준에 맞춘 관리 체계를 적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안성팜랜드는 이 양 가족의 이름을 공모하고 있다. 관계자는 “소심하고 겁이 많은 성격이라 지금은 사람에게 잘 다가가지 않지만 기본적으로 검은코양의 성격이 온순하고 사람에게도 친근해 안성팜랜드의 ‘푸바오’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팜랜드는 승마를 체험하기에도 좋다. 실외와 실내에 마장이 모두 준비돼 있고 초보자도 부담 없이 탑승할 수 있도록 안내 인력과 보호장비가 준비돼 있다. 특히 유소년을 위한 포니 승마는 인기 콘텐츠로 말의 체구가 작고 성격도 온순해 어린이 첫 승마 체험에 적합하다고 한다. 성인용 코스도 있다.
어린이를 위한 놀이공간도 있다. 미니바이킹, 회전목마, 기차, 트램펄린 등이 있고 짚라인 등이 있는 놀이터도 있다. 레이싱카트와 범퍼카 등을 탈 수 있는 익사이팅파크도 있다. 이 곳은 성인에게도 사랑을 받는 공간이라고 한다.
반려견 전용 공간 ‘파라다이스독’도 반려동물 가족에게 인기라고 한다. 중대형견이 함께 뛰어놀 수 있는 운동장과 물놀이장, 분리형 놀이터가 있어 예방접종 확인서만 있다면 누구나 입장 가능하다고 한다.
입장료는 대인 1만5000원, 소인 1만3000원이다. 여기에 동물 먹이 주기나 승마, 치즈 만들기 같은 체험 프로그램은 별도로 요금을 받는다. 이렇게 입장료와 체험, 부대시설 이용료, 임대 수익 등을 더하면 연간 매출은 약 100억 원에 이른다.
안성팜랜드는 농업의 생산, 가공, 체험이 하나로 연결되는 6차 산업 모델에 기반해 조성된 테마파크다. 국민에게 축산업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도시와 농촌 사이의 거리를 좁이며 농업의 교육적·문화적 가치를 전달하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지금의 안성팜랜드는 단순한 즐길 거리를 넘어 도시민이 농업과 농촌을 이해하고 공감하게 만드는 ‘사회적 교육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아이들은 동물과 가까이에서 마주하고 어른들은 농업의 과정을 다시 생각한다. 자연과 생명이 순환하는 흐름 안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구조를 온몸으로 체험하게 되는 것이다.
우유가 어디서 오는지, 채소가 어떻게 자라는지, 생명을 돌보는 수고가 얼마나 많은지를 직접 보고 느끼는 경험은 어떤 교재보다 깊이 있는 교육이 된다. 농협경제지주는 안성팜랜드를 통해 농업이 단지 식량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환경을 보존하고 지역을 지탱하며 우리의 삶과 긴밀하게 연결된 기반이라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하고 있다. 이 곳은 농촌에 대한 공감과 신뢰를 넓히면서 농업과 사람을 이어주는 역할을 성실히 수행해 나가는 현장이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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