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미토콘드리아 전이 기술 진행
아빠·엄마와 제3의 공여자 DNA 받아
영국에서 유전성 질환 대물림을 막기 위해 개발된 치료법이 성공하며 세계 첫 ‘세 부모 아기’가 태어났다.
1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영국 뉴캐슬대학 연구진은 최근 미토콘드리아 유전 질환을 막기 위한 ‘미토콘드리아 이식’기술을 활용해 시험관 시술을 진행, 8명의 아기가 태어났다고 밝혔다. 각각 4명인 남아와 여아는 태어난지 단 몇 주에서 2년 사이로, 건강히 성장 중이다. 8명의 아기 모두에게 현재까지 유전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고 연구진은 밝혔다.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속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소기관인데, 엄마 쪽으로만 유전된다. 일부 여성이 미토콘드리아에 유전적 결함을 가지고 있으면 자녀가 이를 물려 받아 근육 질환이나 심장 질환, 뇌 질환 등을 겪을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런 유전병을 막기 위해 건강한 제 3의 여성 공여자에게 미토콘드리아를 제공받아 유전병을 보유한 엄마의 핵을 옮기는 방식으로 배아를 만들어냈다. 이후 남자의 정자를 수정시킨다. 이 때문에 한 명의 아기는 아빠와 엄마의 핵 DNA에 더해 여성 공여자의 미토콘드리아 DNA까지 세 사람의 DNA를 가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세 부모 아기’라 부른다.
애초 뉴캐슬대학 연구진은 이 기술을 활용한 임상시험을 2017년 허가받았다. 5년간 125명의 여성을 치료하는 것을 목표로 했지만 기증자 선정과 시험관 시술의 기술적 세부 사항 등을 조율하느라 원래 계획보다 늦어졌다. 지금까지 총 22명의 여성에게 시도됐고, 그 중 7명이 8명의 아기를 출산했다. 연구진은 기술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작업을 병행 중이다.
미토콘드리아 질환 자선단체인 릴리 재단의 설립자 리즈 커티스는 “이 질환에 걸린 가족들에게 이번 신기술은 유전적 질환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는 첫번째 실질적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토콘드리아 전이 기술이 합법인 나라는 영국과 호주 뿐이다. 호주도 내년 임상시험 개시를 목표로 준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