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송규는 강했다..끝까지 지켜낸 한국오픈 3위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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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 제67회 한국오픈 최종 단독 3위
최종일 "무너지지 않겠다" 자신과의 약속 지켜
위기에도 집중력 유지하며 끝까지 우승 경쟁
2019년엔 2위로 출발해 7위 쓴맛
이번엔 무너지지 않고 3위 한국오픈 최고 성적 경신

  • 등록 2025-05-26 오전 12:05:00

    수정 2025-05-26 오전 12:05:00

[춘천(강원)=이데일리 스타in 주영로 기자] “아쉬움은 남지만, 좋은 경험이 됐다.”

유송규가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3위에 올라 시즌 최고 성적을 경신했다. (사진=코오롱 한국오픈 조직위)

유송규가 코오롱 제67회 한국오픈(총상금 14억 원)을 공동 3위로 마친 뒤 실망하기 보다 환하게 웃으며 결과에 만족해했다.

유송규는 25일 강원도 춘천시 라비에벨 듄스 코스(파71)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1오버파 72타를 쳐 최종합계 3언더파 281타를 기록했다. 우승트로피를 태국의 사돔 깨우깐자나에게 내줬으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킨 것에 큰 의미를 뒀다.

2라운드에서 단독 1위로 올라선 유송규는 내셔널 타이틀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의 기대에 부풀었다. 경기력이 좋았고, 코스와 궁합도 잘 맞았다. 그러나 우승 경험이 없던 유송규에게 선두라는 무게감은 컸다. 본선에 돌입하는 유송규는 지키는 골프를 계획했다. 목표는 이븐파였다.

올해 한국오픈이 열린 라비에벨 듄스 코스는 까다로운 코스 세팅의 난코스에서 열렸다. 언더파로 경기를 끝낸 선수는 딱 10명뿐이다. 전장은 길고 페어웨이는 좁은데다 그린도 까다롭고 빨라서 어지간한 경기력으로는 지키는 골프가 어려웠다. 우승을 차지한 깨우깐자나는 경기를 끝낸 뒤 “그동안 한국오픈이 열린 우정힐스 컨트리클럽보다 지금의 코스가 더 까다롭다”고 고개를 저었다.

3라운드에서 계획이 틀어졌다. 15번홀까지 타수를 지킨 유송규는 16번홀(파5)에서 예상하지 못한 실수로 트리플 보기를 적어내 선두에서 내려왔다.

2019년 한국오픈의 악몽을 떠올랐다. 당시 최종일 2타 차 2위로 출발해 역전 우승을 노렸다. 그러나 우승 경쟁이 처음이었던 유송규는 일찍 뒤로 밀렸다. 결국 4오버파 75타를 쳐 7위에 만족했다. 순위보다 너무 쉽게 경쟁에서 밀려난 자신에 대한 실망이 컸다.

골프는 멘탈의 경기다. 세계 정상급 실력의 선수도 한 번 무너지지 시작하면 끝이 없다. 세계랭킹 10위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은 지난 4월 마스터스에서 자멸해 패배의 쓴맛을 봤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에 2타 뒤진 2위로 최종일 경기에 나서 2번홀에서 역전에 성공했다. 누가 봐도 우승의 추가 디섐보 쪽으로 기우는 듯 보였다. 그러나 3번홀에서 재역전을 허용한 디섐보는 이후 스스로 무너졌다. 경기 막판으로 갈수록 더 큰 추락이 이어졌고 공동 5위에 만족했다.

최종일 3위로 출발한 유송규는 1위 폼 삭산신(태국), 2위 깨우깐자나와의 경쟁인 동시에 자신과의 싸움에 나섰다. 우승하지 못하더라도 무너지지 않겠다고 다시 한 번 굳게 다짐했다.

경기 초반에 위기가 먼저 왔다. 3번홀(파4)에서 보기를 하면서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흔들렸지만 경기에 집중했다. 7번홀(파4)에서 이날 첫 버디를 잡아내며 잃었던 타수를 만회했다. 그 뒤 추격의 기회가 있었지만, 퍼트가 말을 듣지 않아 선두와 격차가 더 벌어졌다. 오히려 14번(파4) 그리고 이어진 15번홀(파3)에서 연속으로 보기를 적어내 단독 3위 자리마저 지키지 못했다. 예전이었다면 더 크게 무너졌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16번홀(파5)에서 천금의 버디를 잡아내며 다시 단독 3위로 올라서는 저력이 돋보였다. 마지막 18번홀(파4)에선 2.5m 파 퍼트를 넣어 끝까지 무너지지 않고 출발할 때 순위를 지켰다. 6년 전엔 힘없이 경쟁에서 밀려났지만, 이번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

긴 승부를 마치고 클럽하우스로 돌아온 유송규는 환하게 웃으며 “아쉽기는 하지만, 끝까지 무너지지 않았다”며 “마지막까지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고 이날 경기 결과에 만족했다.

유송규의 백을 메고 한국오픈 72홀 경기를 함께한 캐디 정세윤 씨는 “오늘 경기 도중 집중력이 흔들리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다시 경기에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마지막 18번홀에서 파 퍼트를 넣을 때 정말 대단했다”고 말했다. 우승만큼 값진 결과였다.

유송규(오른쪽)와 캐디 정세윤 씨가 1번홀에서 그린의 경사를 살피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골프in 김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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