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리기판’, 게임 체인저 평가… ‘FC-BGA’는 빅테크 납품 본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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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클리 리포트] 차세대 AI 격전지, CXL
AI가 촉발시킨 반도체기판 경쟁… 유리 소재, 열에 강하고 평탄도 높아
9년 후 103억 달러로 시장 성장 전망… LG-삼성 등 국내외 양산 라인 구축

인공지능(AI)이 전 산업 영역에서 널리 쓰이면서 반도체 기판에도 첨단 제품 개발 경쟁이 불붙었다. AI로 인해 처리해야 할 데이터가 많아지자 속도가 빠르고 내열성이 강한 ‘유리기판’이나 ‘플립칩 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의 개발 및 양산이 본격화됐다.

● 시제품 생산 잇따르는 유리기판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 LG이노텍, 앱솔릭스 등은 유리기판 시제품 생산에 이미 돌입했거나 조만간 진행할 계획이다. SKC 자회사인 앱솔릭스는 지난해 상반기(1∼6월) 미국 조지아주에 유리기판 양산 공장을 준공한 뒤 지금은 시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올해 안에 양산 준비를 마치는 것이 목표다. 이에 앞서 유리기판의 세부 사양과 관련해 고객사에 제품 인증을 받는 중으로 알려졌다. 이달 6일에는 미국 상무부로부터 반도체법에 따른 생산 보조금 4000만 달러(약 560억 원)를 수령하기도 했다.

삼성전기는 2분기(4∼6월)부터 세종사업장에서 유리기판 파일럿 라인을 가동할 예정이다. 시제품을 생산해 빅테크 업체 대상 고객사 모집에 나설 계획이다. 유리기판 사업에 상대적으로 늦게 뛰어든 LG이노텍은 올해 말쯤 시제품 생산에 나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유리기판은 기존 시장의 엄청난 변화를 이끌어낼 ‘게임 체인저’로 불린다. AI 시대를 맞이해 특히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는 플라스틱이 대부분이었던 기판의 소재를 유리로 바꾸면 이점이 많다. 플라스틱 기판은 크기가 커지면 휘어짐 현상이 발생하는데 유리기판은 단단하게 버텨줘 반도체칩과 더 정밀하게 결합할 수 있다. 유리 소재 특성상 플라스틱 대비 열에 강하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또 표면이 매끄럽고 평탄도가 높아 더욱 정밀하고 세밀한 패턴을 그리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장점 덕에 인텔, AMD, 브로드컴, 엔비디아 등 빅테크들이 유리기판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기관인 글로벌마켓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72억 달러(약 10조 원)였던 글로벌 유리기판 시장은 2034년 103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FC-BGA, 연평균 8.5%씩 성장

FC-BGA는 이미 양산을 시작했다. FC-BGA를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LG이노텍은 지난해 12월부터 경북 구미 사업장에서 빅테크들에 납품할 PC용 제품 양산을 시작했다. 올 3월에는 FC-BGA 양산 라인을 확대하는 것을 포함해 구미 공장 생산량 증대에 6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2022년 부산에서 서버용 FC-BGA를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양산한 삼성전기는 지난해 베트남에서도 양산에 나섰다. 삼성전기는 올해 2분기부터는 AI 가속기용 FC-BGA에서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FC-BGA는 반도체 칩을 뒤집어서 장착하는 방식의 기판이다. 뒤집힌 반도체 칩에 열을 가해 기판과 직접 연결한다. 기존에는 평평하게 놓인 반도체 칩을 금속선으로 기판에 연결하는 방식이 주로 사용됐다. 금속선 없이 직접 연결되는 FC-BGA가 기존 기판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더 빠르다. 밀착해서 연결된 덕에 외부 충격을 잘 견디고, 발열의 전달과 방출이 모두 빠르다. 시장조사기관 데이터인텔로에 따르면 2023년 35억 달러였던 글로벌 FC-BGA 시장은 2032년 72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8.5%다.

부품 업계 관계자는 “AI로 인해 글로벌 데이터센터의 처리량이 크게 늘면서 유리기판과 FC-BGA가 주목받고 있다”며 “다만 수율이 제대로 나오지 않거나 기판 가격이 비싼 것 등은 향후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한재희 기자 h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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