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광둥성 선전시 난산구의 선전폴리텍대 전자통신공학부 건물. 지난 23일 방문한 한 강의실에선 중국 최대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 소속 엔지니어가 학생들에게 정보통신기술(ICT) 실무를 강연하고 있었다. 화웨이가 각국 대학·직업교육기관과 협력해 개설한 ICT 아카데미 일환이다. 화웨이는 이 프로그램을 통해 빅데이터, 5세대(5G) 통신장비, 클라우드(가상 저장 공간) 컴퓨팅, 스마트폰, 자율주행 등 자사 제품과 기술을 기반으로 한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선전폴리텍대 전자통신공학부를 ‘화웨이 학과’라고 부르는 이유다.
중국 ‘기술 굴기’의 상징인 화웨이가 인재 군단 양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미국 등에서 학위를 따거나 글로벌 빅테크에서 근무한 외부 인재 영입에 집중했지만 최근 자체적인 맞춤형 인재를 육성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화웨이 ICT 아카데미는 화웨이가 수립한 강의 커리큘럼과 자격증을 결합한 형태의 교육 모델이다. 인증 시험을 통과하면 화웨이 협력 업체에 입사한 뒤 3년 이상 경력을 쌓아 화웨이로 재입사하는 일이 많다.
20일부터 24일까지 선전에서 열린 화웨이 ICT 경진대회도 이 같은 인재 육성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 행사는 세계 각국 대학생이 참여해 ICT 관련 지식과 실무 기술, 팀워크 능력을 겨루는 실습형 글로벌 대회다. 2015년 시작해 올해 9회째인데 100여 개국에서 21만여 명이 참여했다. 이 대회는 특정 산업의 시나리오에서 사회적·사업적 가치가 있는 프로젝트와 해결 방안을 내놓을 인재를 찾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2030년까지 1000만 명 이상의 디지털·지능형 전문가 양성을 목표로 하는 화웨이는 대회에 참여한 다양한 스펙트럼의 인재를 적극 영입하고 있다. 6회 대회 때 파키스탄 메란공과대 팀으로 참여해 실습 네트워크 부문에서 1등을 한 바그찬드 씨는 대학 졸업 후 화웨이에 바로 합류했다. 올해 대회에선 필리핀, 세르비아, 모로코, 나이지리아, 탄자니아, 알제리 대학생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화웨이는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 출범 이전까지는 주로 외부 인재 영입에 사활을 걸었다. ‘천재 소년 프로젝트’를 통해 최고 201만위안(약 3억8000만원)의 연봉을 앞세워 대거 영입했다. 하지만 미국이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업체의 공격적인 인재 영입 전략을 국가 안보 위협으로 인식해 비자·이민 정책을 조정하면서 자체적인 인재 육성에 더 공들이고 있다.
이렇게 양성된 ‘화웨이식 인재’들이 중국 첨단기술을 이끌고 있다. 실제 천재 소년 프로젝트 출신으로 2022년 화웨이에서 나온 즈후이쥔은 이듬해 로봇 업체 즈위안로봇(애지봇)을 창업해 인간처럼 자연스럽게 자전거를 타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을 공개했다. 화웨이가 최고 기술 인재를 중국에 공급하는 사관학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