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인텔이 EU 독점금지법을 위반했다며 10억 6,000만 유로(당시 약 14억 4,00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는 15년에 걸친 긴 여정의 시작에 불과했다.
이 여정은 최근 유럽사법재판소가 집행위원회의 항소를 기각하고 모든 소송 비용을 부담할 것을 명령하면서 끝이 났다. 이로써 인텔은 현재 환율로 약 11억 5,000만 달러(약 1조 6,000억 원)에 달하는 거액의 벌금에서 완전히 벗어났다.
이 사건은 인텔의 반경쟁적 행위에 대한 조사에서 시작됐다. 집행위원회는 2009년에 인텔이 컴퓨터 제조사에 자사의 프로세서를 전부 또는 대부분 구매하도록 조건을 달고 리베이트를 제공한다는 이유로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업체를 배제하려 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집행위원회는 인텔에 10억 6, 000만 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고, 해당 행위를 즉시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인텔은 즉시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2014년, 인텔은 항소심에서 패소했고 유럽연합 일반법원은 2009년 판결에 따라 명령을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인텔은 2개월 동안 법리에 근거해 판결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졌고, 유럽사법재판소에 항소를 제기했다.
2017년, 유럽사법재판소는 일반법원이 인텔의 주장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판단하며 집행위원회의 판결을 기각하고 사건을 일반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사법재판소는 “법원은 분석 과정에서 발생한 실패로 인해 일반법원의 판결을 파기한다. 리베이트가 경쟁을 제한할 수 있는지 인텔의 주장을 토대로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2022년, 일반법원은 양측의 주장을 철저히 검토한 후, “집행위원회의 분석은 불완전하며, 리베이트가 반경쟁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법적 기준에 따라 충분히 입증하지 못했다”라며 판결을 취소했다. 원래는 결정의 일부만 무효화했지만, 벌금의 어느 부분이 취소된 판결과 관련 있는지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해 벌금 전액을 무효화한 것이다.
집행위원회는 이에 불만을 표하고 독일 연방공화국의 지원을 받아 항소를 제기했지만, 결국 인텔 및 사건 개입자(경쟁기술협회 및 프랑스 소비자권리단체) 측의 소송 비용을 부담하라는 명령을 받은 현재 판결에 도달했다.
판결 발표 후 인텔은 간단한 성명을 통해 “오늘 유럽연합 사법재판소의 판결에 만족하며, 이 사건의 이 부분을 마침내 뒤로할 수 있어 기쁘다”라고 전했다.
기쁜 날
이번 판결은 인텔에 좋은 소식이었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인텔이 여전히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고 보고 있다.
인포테크 리서치 그룹(Info-Tech Research Group)의 실무 책임자 존 아난드는 이메일을 통해 “10억 6,000만 유로의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날은 당연히 좋은 날일 것이다. 최근 고급 프로세서 결함, 실망스러운 분기 실적, 그리고 파운드리 사업에서 품질 관리 문제가 있는 인텔에게는 더욱 좋은 소식”이라고 말했다. “인텔 CEO 팻 겔싱어가 인텔의 장기 성공의 열쇠로 꼽은 미국 내 파운드리 시설은 미 연방 지원금을 확보하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다. 인텔이 벌금을 냈다면 인텔이 미국 정부의 보조금을 유럽연합 벌금에 사용하는 것으로 좋지 않게 비춰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어 인사이트 & 스트레티지(Moor Insights & Strategy)의 부사장 겸 수석 애널리스트 안셀 색 또한 오랜 경쟁 피해를 증명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색은 “유럽 규제 당국이 소비자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믿지만, 때로는 지나치게 과격할 때가 있다”라며 “이번 판결의 목적 중 하나는 더 나은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더 공평한 경쟁의 장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AMD, 엔비디아, 퀄컴과 같은 기업이 인텔에 실제적인 경쟁이 되고 있는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이런 정책이 장기적인 피해를 입혔다는 것을 입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이 사건이 오랫동안 법정에서 끌려왔다는 점에서 법적 비용이 상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비록 인텔이 최종적으로 승소했지만, 아난드는 오늘날의 시장에서 인텔이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아난드는 “완전히 긍정적인 것은 아니다. 인텔은 2009년 ‘끊임없는 혁신, 향상된 제품 성능, 가격 하락이 특징인 경쟁적인 시장의 현실’을 주장하며 항소했다”면서, “그 당시에는 그 말이 사실이었지만, 오늘날의 시장 상황을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현재 엔비디아, Arm, 퀄컴, TSMC, 브로드컴 등이 한때 독점으로 보였던 인텔의 위치에 도전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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