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형일 기자] 저축은행업계가 본업 경쟁력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올해 1분기 33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거두며 실적 개선에 성공했지만, 상당 부분이 유가증권 투자이익과 대손충당금 부담 완화에서 비롯된 만큼 본업 경쟁력 회복과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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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축은행업계가 실적 개선에도 중금리대출 등 본업 경쟁력 회복 과제를 안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사진=챗GPT) |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79개 저축은행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은 3338억원으로 전년 동기(440억원) 대비 7.6배 증가했다. 실적 개선은 비이자이익 증가와 대손충당금 부담 완화가 이끌었다. 중금리대출 등 본업 경쟁력 회복보다는 유가증권 투자이익과 건전성 관리 강화 효과가 반영된 결과다.
실제 올해 1분기 저축은행업계의 비이자이익은 2944억원으로 전년 동기(267억원) 대비 11배 증가했다. 특히 코스피 상승 등 주식시장 호조에 따른 유가증권 투자손익 증가가 비이자이익 성장을 이끌었다.
대손충당금 전입액도 8018억원으로 전년 동기(9058억원) 대비 11.5% 감소했다. 부실채권 발생 가능성에 대비해 미리 적립하는 비용인 대손충당금 부담이 줄어든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정리 효과가 반영되면서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다만 실적 개선을 본업 경쟁력 회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저축은행의 핵심 수익원인 가계대출은 올해 1분기 39조 4000억원으로 전분기(39조 6000억원) 대비 0.5% 감소했다. 반면 기업대출은 48조 1000억원으로 전분기(46조 2000억원)와 비교해 4.1% 늘어났다.
건전성 부담도 여전하다. 올해 1분기 연체율은 6.7%로 전분기(6.0%) 대비 0.7%포인트 상승했고, 3개월 이상 연체채권(NPL) 비율도 8.6%로 전분기(8.4%) 대비 0.2%포인트 높아졌다. 저축은행중앙회는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와 경기회복 지연으로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연체가 증가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과 햇살론, 사잇돌2 등 서민금융 공급 확대를 주문하고 있지만 업계는 수익성과 건전성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고 있다는 점이다. 중·저신용자를 주 고객으로 하는 저축은행 특성상 대출을 확대할수록 연체 위험도 함께 높아질 수 있어서다.
여기에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 움직임도 맞물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저축은행업계 간담회에서 생산적 금융 확대와 수익기반 다변화를 위해 유가증권 투자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침을 설명했다. 오는 7월 자산 5조원 이상 대형 저축은행을 대상으로 주식 투자 한도를 현행 자기자본의 50%에서 100%로 확대하고, 비상장주식·회사채는 10%에서 20%, 집합투자증권은 20%에서 40%로 상향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겉으로만 보면 실적 개선에 힘입어 투자 확대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셈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투자 규제 완화가 곧바로 공격적인 투자 확대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7월부터 자산 5조원 이상 저축은행에도 책무구조도가 도입되기 때문이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임원별 내부통제 책임을 사전에 배분하는 제도다. 투자 한도가 확대되더라도 손실이 발생할 경우 경영진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투자 결정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실적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대부분 대손충당금 부담 완화와 유가증권 투자 성과 영향”이라며 “중금리대출 등 본업이 살아나 벌어들인 이익으로 보기에는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한도가 확대되더라도 손실이 발생하면 결국 경영진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유가증권 투자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본업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는 영업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충당금 환입과 투자이익에 의존한 실적 개선이 반복될 경우 성장의 한계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실적은 개선됐지만 가계대출 감소와 연체율 상승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금리대출과 서민금융 공급이라는 본연의 역할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하지 못하면 현재의 흑자도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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