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수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 인터뷰
“4월 위기설, 불황 더 오래갈 수도 있어
생산성·안전성 모두 ‘스마트건설’로 해결해야
아직은 고가 장비... 중소업체에 공사비 지원해야“
“결국은 건설 산업을 ‘디지털화’하는 것이 절체절명의 과제입니다. ”
김희수 대한건설정책연구원장은 지난 20일 매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내 건설업 위기의 해결방안에 대해 이 같이 말했다. 중견 건설사들의 부도 도미노, 계속되는 중대재해, 인력 부족 등 건설업이 처한 총체적 문제를 스마트 건설기술을 통한 ‘탈현장화’로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건설정책 분야에만 30년을 몸 담아온 관료 출신 전문가다. 그는 국토교통부에서 국토정보정책과장, 기술정책과장, 혁신도시정책총괄과장, 대도시권광역교통위원회 광역교통운영국장,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지역균형국장 등을 지내왔다.
현재 건설업계는 높은 공사비, 부동산 PF의 불확실성, 인력 문제 등으로 수년째 ‘불황’을 빠진 모습이다. 건설사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질 수 있다는 ‘4월 위기설’까지 확산되는 가운데, 이날 김 원장은 “미국 트럼프 대통령으로 인한 경제적 불확실성까지 가세되며 불황이 더 오래갈 수도 있다”고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단기적인 해법은 간단하다. 기업들이 리스크 관리에 방점을 두되 사업 활로를 넓히는 것. 김 원장은 “재작년 기준 건설업 전체의 순이익률이 1.0%, 종합건설업은 0.4%에 불과하다”며 “리스크관리를 최우선으로 두고 수익성 위주의 보수적인 경영을 해야 한다. 데이터센터, 소형 모듈러 사업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해 경영을 분산하면서 해외 진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한 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민간투자사업을 우선 지원하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고 꼽았다. 최근 GTX-C사업 등 민자투자 사업이 정부와의 공사비 갈등으로 진행에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공사비 현실화’를 비롯한 업계의 요구를 좀 더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현재 SOC 예산이 상당히 줄어든 상황이고, 정부의 재정 여력도 한계가 있다”며 “지금 진행되는 사업들이 안정적으로 진행되게 관리해야 한다. 공사비 현실화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해결책이 전부는 아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공사비는 계속 상승하고 있고, 노동시장도 고령노동자와 외국인노동자를 수급하지 않으면 공사 인력도 구하기 힘든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업이 청년들에게 기피 직종이 되어가는 가운데, 원활한 의사소통조차 어려워진 건설현장에서는 안전사고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김 원장은 건설현장의 자동화·무인화·탈현장화를 근본적인 해법으로 꼽는다. 건설업의 노동의존적인 특성이 인건비 상승으로 생산성을 떨어트리고 있고, 많은 안전사고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는 “모듈러 기술 등은 공장생산 또는 사전제작을 기반으로 하며 현장에서는 간단히 조립만 하면 된다. 불도저나 포크레인 등에 부착된 스마트장비 안에는 설계도가 있으며 GPS 수신을 받아 작동하게 된다”며 건설현장의 이 같은 디지털화가 공사의 정확성과 안정성, 생산성을 높이는 방안임을 강조했다.
문제는 이 같은 스마트건설 장비가 전문건설업체가 감당하기 힘든 고가 장비라는 점이다. 김 원장은 “일본에서는 국토교통성이 발주하는 공사에서 스마트건설 장비를 활용하는 300인 이하 중소건설기업의 공사비를 지원해준다. 그러다보니 그런 장비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해 성과를 낸다”며 “재정당국에서도 스마트장비를 활용하는 전문건설업체를 향한 예산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에서는 2040년까지 투입 인력의 30%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스마트건설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 등에서도 건설 기술에 대한 투자가 활발하다. 김 원장은 “건설현장이 쾌적하고 안전환경이 되면, 건설업을 기피하던 청년들이 오지 말래도 찾아온다”며 “우리나라는 IT기술에 기본적인 장점이 있으니 정부에서 마중물만 마련해주면 일본을 능가할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스마트장비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제 샌드박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