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 양주경찰서는 한 아파트 주민 A씨를 재물손괴 등의 혐의로 입건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A씨는 아래층 주민 B씨가 층간소음 문제로 항의하자 격분해 그의 집에 동물 분뇨와 액젓을 뿌리고 래커칠을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경기 시흥경찰서도 층간소음 갈등으로 갈등을 빚다 서로 주먹을 휘두르며 폭행한 입주민들을 입건했습니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폭력 등 강력범죄는 나날이 증가하면서 아파트 층간소음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실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층간소음 관련 5대 강력범죄가 2016년 11건에서 2021년 110건으로 10배 늘었습니다.
한국환경공단 층간소음 이웃사이센터에 접수된 층간소음 민원도 2019년 2만6257건에서 지난해 3만3027건으로 증가하는 양상입니다.
10배 늘어난 층간소음 강력범죄…노후 아파트는 더 '취약'
층간소음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하자 정부는 부랴부랴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2005년 주택법 주택건설기준규정을 통해 최소 49데시벨(db)로 성능인정서를 받은 바닥구조만 공동주택으로 시공하게 했습니다.
2022년에는 '공동주택 층간소음 사후확인제'를 도입해 아파트 완공 이후 바닥충격음 시험을 진행해 기준 미달이면 재시공하도록 했습니다. 지난해 12월 국토교통부는 소음 기준인 49데시벨(dB)을 맞추지 못하면 준공 허가를 내주지 않겠다는 초강수까지 뒀습니다.
하지만 이미 예전에 지어진 아파트 주민들은 층간소음의 불편을 고스란히 감수해야 합니다. 특히 관련 규정이 미비했던 노후 아파트의 경우 문제가 더 심각합니다. 바닥과 천장 사이인 슬래브 두께가 요즘 아파트보다 현격히 얇기 때문입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1980년대 지어진 아파트의 바닥 슬래브 두께는 120㎜ 내외, 1990년대 지어진 아파트는 130㎜ 수준으로 지어졌습니다. 2005년 이후에야 벽식 210㎜, 무량판 180㎜ 등 바닥구조 기준이 마련됐습니다. 이러한 기준이 마련되니 '고급 아파트'를 표방하는 곳에서는 300㎜ 두께의 슬래브를 쓰기도 합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슬래브 두께가 210㎜인 곳에서 경량충격음 실험을 하니 47.7db로 나타났지만, 135㎜인 곳에서는 63.3db로 측정됐습니다. 경량충격음은 가벼운 물건을 떨어뜨릴 때나 의자나 책상을 끌 때 발생하는 소음입니다. 어린이가 뛰거나 성인의 발걸음 소리인 중량충격음도 슬래브 210㎜에서는 49.1db, 슬래브 135㎜에서는 52.9db로 나타났습니다. 같은 생활 소음을 내더라도 슬래브가 얇은 노후 아파트에서 더 큰 소음이 나는 셈입니다.
층간소음 방지 매트, 많게는 500만원 들여도…"부적이나 마찬가지"
이렇다 보니 노후 아파트에서 어린아이를 키우는 육아 가구는 울며 겨자 먹기로 층간소음 방지 매트를 설치하곤 합니다. 말이 통하지 않는 돌쟁이 아기도 걸음마를 시작하면 쿵쿵 울림을 내며 걷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유아 역시 집안일을 하느라 잠시만 눈을 돌리면 우다다 달리기 일쑤입니다.
층간소음 방지 매트 설치 비용은 만만치 않습니다. 국민 평형인 전용면적 84㎡ 기준으로 거실과 주방, 복도 등을 시공할 경우 3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비싸게는 500만원 가까운 비용을 내고 매트를 설치하지만, 충분한 효과를 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성능 기준이 없기 때문입니다.
수년 전 층간소음 방지 매트를 설치한 황모씨는 "아랫집에 미안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넘어질 때도 대비해 큰맘 먹고 매트 시공을 결정했다"면서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뜯어말리고 싶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는 "처음엔 보기도 좋고 푹신한 느낌이 들어 한동안 마음을 놓았다"며 "나중에 아랫집에 물어보니 '쿵쿵쿵' 소리가 '둥둥둥' 소리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하더라. 잠시 마음이 편해지는 300만원짜리 부적을 산 셈"이라고 헛웃음을 지었습니다.
2013년 한국소비자원과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이 시중 층간소음 매트 16종을 대상으로 층간소음 저감 효과를 실험했을 때도 경량충격음은 절반 정도 줄었지만, '발망치'에 해당하는 중량충격음은 평균 8% 줄어드는 데 그쳤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은 "층간소음 저감 인증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했지만, 10년이 넘도록 관련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제품에 따라 KC 인증을 받았다, 어린이 제품 안전 특별법 기준을 충족했다 등의 홍보 문구를 내세우지만, 소음 저감 성능과는 무관한 내용"이라며 "당장은 개별 업체가 자율적으로 진행한 성능 실험을 믿을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이 뛰는 소리를 줄이고 싶다면 두께가 4㎝를 넘어가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며 "한 번 시공하면 수년간 사용하는 특성을 감안해 방수기능과 오염에 강한 열가소성 폴리우레탄(TPU) 소재를 권장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