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도 신용평가 받는 시대
임대인·임차인간 갈등 심화에
작년 분쟁조정 건수 40% 폭증
임대차 3법에 불만 큰 상황서
깜깜이 임차인 정보에 또 분통
강북도 월세 300만원 흔해져
중개업소에 임차인 소득 문의
우량 임차인만 집 구할수 있는
임대차 양극화 우려도 불거져
임대인과 임차인이 서로의 신용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안심월세'는 임대차 시장의 불신 확대가 출시 배경이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포함한 임대차 3법은 세입자 보호를 강화했지만, 집주인들 사이에선 "내 집인데도 마음대로 못한다"는 불만을 키웠다. 한번 세입자를 들이면 계약을 끝내기 어렵고, 임대료 인상도 제한된다는 이유에서다.
전세사기 사태는 반대 방향의 경계심을 키웠다. 세입자들 사이에선 집주인의 보증금 반환 능력을 확인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일부 악성 임대인의 문제가 전체 임대인에 대한 의심으로 번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여기에 다주택자 대출·세제 규제로 집주인의 실거주 압박이 커지면서 전세 매물은 줄고 월세화는 빨라졌다. 특히 고액 월세 계약이 늘면서 집주인은 세입자의 월세 납부 능력을 따져보려는 분위기가 생겼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불신이 갈수록 깊어진 배경이다.
◆ 매년 증가하는 임대차 분쟁
24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임대차 분쟁조정 건수는 952건으로 집계됐다. 전년(685건)보다 39%나 증가했다. 임대차 분쟁조정 건수는 2021년 187건에서 2022년 419건, 2023년 645건 등 매년 늘어나고 있다.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 갈등이 해마다 깊어지며 지난해 11월엔 임차인 면접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국회 국민동의 청원까지 나왔다. 청원인은 "현재의 깜깜이 임차 계약 시스템으로는 내 집에 전과자가 들어오는지, 신용불량자가 들어오는지 알 길이 없다"며 "상호 간 분쟁 방지 및 임대인 재산권 보호를 위해 임차인 면접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악성 임차인 방지법' 입법이 절실하다"고 토로했다.
당시 청원인은 서류전형과 면접, 인턴 과정 등 구체적인 절차까지 제안했다. 특히 1차 서류전형에서는 대출 연체 유무를 파악하기 위한 신용정보조회서, 범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범죄기록회보서, 월세 납부 능력을 입증하는 소득금액증명원,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하는 세금완납증명서, 그리고 거주 가족 일치를 위한 가족관계증명서 등의 서류 제출을 임차인에게 요구하는 내용을 적었다.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며 임차인의 소득 능력과 직장을 따지려는 임대인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3월 주택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전국에서 이뤄진 임대차 계약 중 68.6%가 월세(보증부월세·반전세 포함)였다. 전년 동기보다 월세 비중이 7.9%포인트 늘었다. 그간 아파트의 경우 전세 비중이 높았는데, 올해엔 아파트 월세 비중이 51%로 전세를 앞질렀다.
◆ 안심월세로 악성 임대인 차단
프롭티어 측은 안심월세를 통해 이 같은 갈등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갈등 요소가 있는 상대방과 계약을 맺지 않으면 향후 임대료 연체나 소송 등으로 인한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 양측 모두의 동의가 있어야만 정보를 볼 수 있어 어느 한쪽만 이익을 보는 게 아니라고도 강조했다.
프롭티어 관계자는 "안심월세는 양측의 바람직한 행동이 데이터로 누적돼 시장에서 더 잘 보상받는 인센티브 구조의 서비스"라며 "정정 요구 등 이의 제기도 할 수 있어 불합리한 결과가 고착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회사가 임차인의 신용정보를 직접 열람하거나 보유하지 않고, 임대인 열람도 48시간 후 제한해 신용정보 유출 위험도 낮다"며 "이번 테스트를 거쳐 오류와 개선 사항을 찾아내서 8월에 자체 앱을 통해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이 같은 서비스가 오히려 임대차 시장의 양극화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울 임대차 시장의 경우 이미 임대인 우위로 변하고 있어, '우량 임차인'으로 인정받은 이들만 원하는 동네에 살 기회를 얻을 것이란 지적이다.
최근에는 월세 가격이 치솟으며 임차인을 더 깐깐하게 따져보려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월세가격지수 역시 지난해 6월(96)부터 지난 4월(102.7)까지 가파르게 오른 영향이다. 이에 강북 지역에서도 전용면적 84㎡ 기준 월세 300만원 시대가 열렸다.
성북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근 전용 84㎡ 매물을 월세 340만원에 놓기를 원한 임대인이 월세가 직장인들 한 달 월급 수준이다 보니 임차인의 소득과 직장을 궁금해 한다"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임차인의 월세스코어 점수가 낮으면 월세를 낼 수 있음에도 원하는 곳에 거주하지 못하고, 비선호 지역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있다"며 "매매 시장에서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는데, 우량 임차인만 선호 지역에 살게 되는 등 임대차 시장에서도 양극화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용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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