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2월 한 달 동안 우리나라 원화 가치가 5% 넘게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주요 통화국 가운데 전쟁 중인 러시아에 이어 두 번째로 하락 폭이 컸다.
12일 임광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종가 기준으로 작년 11월 말 1394원70전에서 12월 말 1472원50전으로 77원80전 올랐다. 달러당 원화 환율이 오른 것은 원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의미다. 12월 한 달간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는 5.3% 하락했다. 이는 주요 20개국 중 절하율이 6.4%에 달한 러시아 루블화에 이어 두 번째로 통화가치 하락 폭이 크다.
달러화 지수(달러인덱스)를 구성하는 주요 6개국 통화의 절하율은 △유럽연합(EU) 유로화 2.1% △일본 엔화 4.7% △영국 파운드화 1.7% △캐나다달러화 2.6% △스웨덴 크로나화 1.6% △스위스프랑화 2.9%로 모두 원화보다 낙폭이 작았다.
작년 한 해를 통틀어봐도 달러화 대비 원화 가치 하락 폭은 주요국보다 컸다. 원화 가치는 지난해 한 해 동안 12.5% 떨어졌는데, 원화보다 절하율이 높은 통화는 △아르헨티나 페소화(21.6%) △브라질 헤알화(21.4%) △루블화(21.3%) △멕시코 페소화(18.5%) △튀르키예 리라화(-16.5%) 등 5개에 그쳤다.
연말 주간 거래 원·달러 환율 종가는 1472.5원으로 1997년 말 1695.0원 이후 2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한은은 최근 비상계엄 사태 이후 정국 불안에 따른 환율 급등이 소비자물가에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최근 환율 변동성이 물가에 미친 영향’에 관한 임 의원 질의에 “모형 추정 결과를 고려하면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환율 상승은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0.05~0.1%포인트 높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회신했다. 작년 12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1.9%로 전월(1.5%)보다 0.4%포인트 높아졌다. 한은이 비상계엄 사태 전후 환율 상승에 따른 물가 영향을 구체적으로 공개한 것은 처음이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