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응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전 산업 활성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란 전망에 원전 및 전력 인프라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수익률 상위권을 석권했다. 인공지능(AI) 산업 확장으로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유럽에서도 에너지 자립을 위해 원전 비중을 늘리고 있는 점도 투자심리 개선에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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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
25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순자산액(클래스 합산) 100억원 이상, 운용 기간 1개월 이상인 국내 주식형 펀드의 최근 일주일(19~23일) 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NH-아문디 HANARO원자력iSelect’ ETF가 9.79%로 가장 높았다.
‘NH-아문디 HANARO원자력iSelect’ ETF는 국내 주요 원자력 발전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이다. 주요 투자 종목은 두산에너빌리티(034020), 한국전력(015760), LS ELECTRIC(010120), 현대건설(000720) 등이다.
수익률 2위는 ‘한국투자 ACE원자력테마딥서치’ ETF가 차지했다. 한 주간 8.38%의 수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상품 역시 원자력 발전 건설 및 설비 등과 관련한 종목에 투자한다.
나머지 수익률 상위 5위 안에 진입한 상품 모두 원전을 비롯해 전력 인프라·설비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다. ‘미래에셋 TIGER200건설’ ETF는 수익률 5.84%로 3위를 기록했다. 수익률 4위는 ‘NH-아문디 HANARO CAPEX설비투자iSelect’(4.26%)가, 5위는 ‘삼성 KODEX AI전력핵심설비’(3.9%)가 각각 차지했다.
원자력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ETF의 수익률이 두각을 보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줄이는 반면 원전 활용을 확대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로이터통신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원자력 산업 활성화를 위해 신규 원자로 승인 규제 완화 등의 내용이 담긴 행정명령에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AI 산업 확장으로 에너지 수요가 큰 폭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점도 원전 ETF 수익률 상승을 견인한 요인으로 평가된다. 강재구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1분기 AI 투자를 주도하는 초거대 기술기업들이 자본지출 전망을 줄이지 않았다”며 “AI 투자가 재개되고 폭염 등 미국 이상 기후가 확산할 경우 하반기 에너지 위기 이슈가 다시 부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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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
그동안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펴왔던 유럽마저 에너지 안보 강화와 러시아 의존 탈피를 위해 원전 회귀 움직임이 본격화한 것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스웨덴 의회는 원전 4기 건설을 위한 자금 지원 법안을 가결했으며, 덴마크와 벨기에도 수십 년 만에 탈(脫)원전 정책을 폐기하는 등 원전 활성화 움직임이 가시화하고 있다.
장문준 KB증권 연구원은 “유럽, 미국 등 주요 선진국은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하고 에너지 주권을 확보하기 위해 원전 확대에 나서고 있다”며 “글로벌 원전 산업이 구조적 회복의 초입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지난 한 주간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 손익률은 -1.45%로 손실을 면하지 못했다. 해외 주식형 펀드의 주간 손익률도 -1.36%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유럽펀드 수익률이 1.64%를 기록해 선방했으나, 일본펀드(-1.63%)는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섹터별로는 지난 한 주간 기초소재섹터(4.26%)가 강세를 보인 반면, 정보기술섹터(-2.4%)는 약세를 나타냈다.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전주 대비 100억원 감소한 18조779억원으로 집계됐다. 채권형 펀드의 설정액은 전주 대비 7310억원 늘어난 50조4908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머니마켓펀드(MMF)의 설정액은 3752억원 감소한 169조555억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