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과 재생에너지, 경쟁 아닌 조화의 길로[기고/신호철]

15 hours ago 1

신호철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장

신호철 한국수력원자력 중앙연구원장
최근 정부가 탈탄소 정책과 인공지능(AI) 산업, 반도체 클러스터 등 전력 다소비 산업의 급성장에 대응하고자 원자력과 재생에너지의 장점을 상호보완적으로 활용하는 조화로운 에너지 믹스를 정책 기조로 내세우고 있다. 그러자 한편에서는 출력 조절이 어려운 원전과 변동성이 큰 재생에너지가 함께 가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이는 엄밀히 말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기존 대형 원전 중심의 계통운영 구조에서는 타당한 지적일 수 있지만, 최근 전 세계적으로 개발 경쟁 중인 소형모듈원자로(SMR)와 AI가 조화로운 에너지 믹스의 해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차세대 소형모듈원자로인 혁신형 SMR(iSMR)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으며, 원전 운영 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은 SMR을 중심으로 에너지 자립과 탄소중립을 동시에 실현할 수 있는 SMR 기반 스마트넷제로시티(SSNC) 모델을 함께 개발하고 있다.

iSMR은 기존 대형 원전에 비해 안전성이 높은 데다 부지 규모가 작고 건설 기간이 짧으며, 냉각수 사용량이 적어 도시 근교나 산업단지에 최적화된 차세대 원자로로 평가된다. 특히 AI 기반의 스마트 운영기술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으로 자동 출력 조절이 가능하고 수소 생산, 담수화, 지역난방, 산업공정용 열 공급 등 다목적 활용도 가능하다.

SSNC는 SMR과 신재생에너지가 조화를 이루는 도시다. 도시 내 열과 전력 소비 데이터를 스마트 센서와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기상정보 및 소비패턴과 함께 AI 알고리즘으로 분석함으로써 도시의 수요를 정밀하게 예측한다. 그리고 예측 결과에 따라 SMR, 열병합발전소, 태양광, 풍력, 양수, 에너지저장장치(ESS) 중 가장 경제적이고 탄소 배출이 적은 에너지원을 자동 선택해 공급함으로써 고효율, 친환경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한다.

여기에 더해, 스마트그리드 운영 기술과 블록체인 기반 전력 거래 시스템을 통합함으로써 SSNC는 단순한 에너지 관리 시스템을 넘어 생산-저장-소비-판매 전 과정을 최적화하는 통합 에너지 솔루션으로 작동한다. 이를 통해 SSNC는 기존 중앙집중형 전력 공급 구조에서 벗어나 지역 단위에서 전기와 열을 직접 생산하고 소비하는 분산형 전원 체계의 모범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특히 이 모델은 기존 대비 최대 30%의 에너지 효율 향상이 기대되며, 원자력의 안정성과 재생에너지의 지속가능성을 결합한 완벽한 에너지믹스 구조로 탄소중립 사회 실현과 에너지 안보 확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전략적 해답으로서 주목된다. 원전과 신재생에너지가 상호 보완 역할을 하는 것이다.

지금은 원자력과 재생에너지를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조합의 지혜’로 풀어야 할 시점이다. AI 데이터센터, 반도체 산업, 수소경제 등 에너지 집약 산업이 확대되는 현재, 한국이 글로벌 에너지 전환 시장에서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이 두 에너지원이 상호보완적 ‘베스트 파트너’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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